호반, 대우건설 인수 포기…대규모 해외부실 '발목'
호반, 대우건설 인수 포기…대규모 해외부실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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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사진=호반건설)

모로코 화력발전소 3천억 손실…인수금액 20% 수준 '화들짝'

[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를 포기하기로 했다. 지난달 31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발표 이후 8일만이다. 예상하지 못했던 대우건설의 대규모 해외사업 부실이 드러난 탓이다.

호반건설은 8일 더이상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으며 이날 오전 산업은행에 절차 중단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지난 3개월여 간의 인수 기간 동안 정치권 연루설, 특혜설과 노동조합 등 일부 대우건설 내 매각에 대한 저항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대우건설을 정상화 시키고자 진정성을 갖고 인수 절차에 임해왔다"며 "하지만, 내부적으로도 통제가 불가능한 해외사업의 우발 손실 등 최근 발생 일련의 문제들을 접하며 과연 우리 회사가 대우건설의 현재와 미래의 위험 요소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에 대하여 심각한 고민을 진행했고, 아쉽지만 인수 작업을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호반건설 인수 담당자들은 전날 오후 산업은행 담당자들을 만나 대우건설의 해외 부실에 대한 내용을 확인한 뒤 김상열 회장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했고, 김 회장이 숙고 끝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이 인수포기를 결정한 것은 대우건설이 전날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실적에 예상하지 못했던 3000억 원 이상의 해외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손실을 낸 해외 프로젝트는 모로코 Safi IPP로 2014년 9월 착공한 도급액 1조9819억 원의 석탄화력발전소다. 해당 프로젝트는 1, 2호기로 구분되며 올해 7월 완공을 앞두고 1호기 시운전을 진행하다 고압급수가열기 튜브 손상이 발생, 기자재 재제작이 들어가며 3345억 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했다. 이로 이해 당초 7000억 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됐던 지난해 대우건설 영업이익이 4373억 원으로 줄었다.

문제는 이번 대규모 해외 손실 인식 분은 대부분 회계상 손실 선반영 분으로 실제 현금유출은 올해 이후 이뤄진다. 이는 호반건설 제시 인수금액의 20%를 초과하는 수준이다. 특히, 대우건설은 현재 카타르, 오만, 인도, 나이지리아, 베트남 등 42개국에서 300여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추가 부실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호반건설 인수·합병(M&A) 담당자들은 대우건설의 실적이 공개된 이후 산은을 방문해 해외 부실에 대한 우려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해외부실은 산은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호반건설은 당초 본실사를 실시하기 위해 실사단을 꾸려 다음 주부터 대우건설의 국내외 현장을 실사하기로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사에 앞서 해외에서 대규모 부실이 발생한 만큼 해외사업에 경험이 없는 호반건설로써는 이런 부실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직 양 측은 양해각서(MOU)나 주식매매계약(SPA)은 체결하지 않은 상태여서 매각의사를 철회해도 큰 문제는 없다. 호반건설은 실사비용과 지분 매각 풋옵션 보증수수료 등만 감당하면 된다.

이처럼 호반건설이 인수를 포기하면서 45년 전통의 대우건설의 '새 주인 찾기'가 또다시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됐다.

한편, 호반건설은 지난달 31일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호반건설은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대우건설의 지분 50.75%을 1조6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다만, 우선 지분의 40%를 인수하고 나머지는 3년 사들이는 조건을 걸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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