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약자에 대한 배려' 아쉬운 금융
[기자수첩] '약자에 대한 배려' 아쉬운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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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은행 등 계열을 총괄하는 A금융지주의 한 본부장과 이런 농담을 주고 받은 적이 있다.

“이자 놀이 하는 사람들은 천국에 가기 어렵다는 데요?”

본부장은 “수시로 회개하니까 괜찮습니다”라며 자주 듣는 질문인 양 대수롭지 않게 받아쳤다.

대기업에 대한 국민 시선이 좋지 않듯이 이자 놀이로 돈 버는 은행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은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얼마 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공식 후원하고 있는 B 금융지주가 저소득가정, 독거어르신, 다문화가정 새터민 등 문화소외계층 700여명을 올림픽 경기에 초청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피겨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어르신 네 분이 한 손으로는 관람권을 자랑하듯 들어 보이고 다른 한 손은 사진사를 향해 흔들고 있는 사진도 첨부됐다.

여느 때와 같이 사진과 함께 보도자료를 처리했지만 데스크로부터 사진에 등장한 어르신들이 자신의 초상권 사용에 대해 사전 허락을 받았는지 확인해 보고 신중하라는 얘기를 들었다.

기자는 아무 생각없이 사회공헌 활동 참가자들이 현수막을 들고 있는 평범한 사진보다는 어르신 네 분이 있는 사진이 꽤 번듯해 보여 그 사진을 선택했다. '독거어르신 등 행사 참가자들이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경기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는 사진설명도 곁들였다.

결국 사진 없이 해당 기사는 출고됐다. 많은 언론사에서 사진과 함께 B금융의 이번 사회공헌을 보도해 아쉬운 측면도 있었지만 ‘받아쓰기’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사진 대상이 행여 아동이라도 됐으면 어찌 됐을까. 순간 아찔했다. 아무리 동의를 받았다 하더라도 ‘저소득’, ‘소외’, ‘복지시설’, ‘고아’ 등의 표현이 들어간 보도자료와 사진설명에 아이들 사진까지 공공에 노출된다면 나중에 그 사진을 본 아이는 무슨 기분일까?

홍보성 보도자료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기자도 주의를 더 기울여야 하겠다는 자성과 함께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도 약자와 소외계층에 대해 보다 진정성 있는 배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졌다.

B금융 측은 어르신들의 동의를 받아 찍은 사진이니 큰 문제는 아니지 않냐는 식이었다. '홍보 때문에 어려운 사람이 또 한번 희생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데스크의 지적이 교차되며 귓전을 울렸다. 그때서야 사람들을 향해 어색하게 웃고 계신 어르신들의 모습이 보였다.

평창동계올림픽 공식후원사로서의 사회공헌활동, 비인기 종목에 대한 후원 등 B금융의 노고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셀프연임을 비롯한 금융지주 지배구조 논란 등에 대해 비판적인 여론이 나오고 있는 만큼 생색내기가 아닌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 활동에 힘써야 한다. 다른 금융기관들도 마찬가지다.

기사가 곧 기록으로 남는다는 점에서 고단한 이들의 삶에 또 다른 상처가 되지 않도록 기자도 관련 보도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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