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證 해당 임직원 엄정 제재…삼성SDS는 부당지원 혐의로 공정위 신고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사태는 우리사주 배당시스템의 입·출고 순서가 뒤바뀌고 실물주식 입고 시스템은 한국예탁결제원에 확인하기 전에도 매도 가능한 등 증권사로서 가장 기본적인 업무 프로세스조차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8일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에 대해 삼성증권의 내부 우리사주 배당시스템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착오 입고된 주식임을 알면서도 매도 주문한 삼성증권 직원 21명에 대해 업무상 배임·혐의로 이번 주 중으로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아울러 삼성증권의 전산시스템을 담당하는 계열사 삼성SDS에 대해선 부당지원(일감몰아주기)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정보사항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가진 '삼성증권 배당사고에 대한 검사결과' 관련 브리핑에서 "검사 결과 삼성증권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과 '전자금융거래법' 등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관련 법규에 따라 회사와 관련 임직원을 최대한 엄정하게 제재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금감원은 삼성증권 사고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진단하기 위해 지난 달 11일, 8명이 7영업일의 일정으로 검사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후 사실관계를 철저하고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검사 인원과 기간을 각각 11명, 16영업일로 확대한 바 있다.
금감원은 이번 사태가 촉발된 가장 큰 원인으로 삼성증권의 내부통제 미비와 전산시스템 관리의 부실이 누적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삼성증권 우리사주 배당시스템의 현금배당과 주식배당이 동일한 화면에서 처리되도록 구성돼 있어 착오 입력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특히 조합원 계좌로 먼저 입금·입고 처리된 후 조합장 계좌에서 출금·출고하는 순서로 처리됐다"며 "이에 착오로 입금·입고되는 것이 사전에 통제되지 못하는 심각한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정상적인 경우엔 '조합장 계좌에서 출금·출고'한 뒤, 동일한 금액·수량을 '조합원 계좌로 입금·입고'하는 순으로 이뤄진다.
우리사주 배당시스템상 발행주식총수(약8900만주)의 30배가 넘는 주식(약 28억1300만주)가 입고돼도 시스템상 '오류 검증'이나 '입력 거부'가 되지 않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삼성증권은 지난 1월 주전산시스템 교체를 추진하면서도 이 같은 문제에 대한 테스트를 실시하지 않았다.
또한 삼성증권은 실물주식 입고 시스템에도 문제점이 발견됐다.
본래 고객의 주식매도는 실물 입고된 주식의 진위성을 한국예탁결제원 확인을 받은 뒤에 허용하도록 하게 돼 있다.
그러나 삼성증권은 고객의 실물주식 입고 업무 절차상 예탁원의 확인 없이도 매도할 수 있게 설계돼 이번 유령주식 사고와 비슷한 위조주식이 거래될 가능성도 있었다.
업무 분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도 이번 사태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원 부원장은 "삼성증권은 직무분류상 '우리사주 관리 업무'는 총무팀의 소관임에도 실무적으로 증권관리팀이 처리해 왔다"면서 "우리사주 배당업무와 관련된 업무매뉴얼도 없는 등 업무처리의 기본적인 프로세스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사내 방송시설, 비상연락망 등을 갖추고 있지 않아 전체 임직원에게 신속하게 사고내용을 전파하고 매도금지 요청을 하지 못하는 등 대응이 미흡한 점도 이번 사고를 크게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잘못 입고된 주식임을 알면서 매도에 나선 직원들의 심각한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도 심각한 사안으로 거론됐다. 삼성증권 직원 22명은 사고당일인 6일 착오 입고된 주식 1208만주의 매도 주문을 냈다. 이 가운데 16명의 501만주가 체결됐다. 이는 삼성증권의 주가가 장중 12%가량 급락하는 사태를 야기했다. 이에 투자자들은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주문한 직원 대부분은 "호기심과 시스템 오류 테스트를 위해 주문했다"고 주장했지만, 금감원 측은 22명 가운데 1명을 제외한 21명의 매도 주문이 고의성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들 21명은 △여러 차례에 걸쳐 분할 매도 주문하거나 주식 매도 후 추가 매도(13명) △주문 및 체결 수량은 적지만 타계좌로 대체하거나 시장가로 주문(3명) △매도주문 후 취소해 체결되지는 않았지만 주문 수량이 많은 경우(5명) 등 여러 유형에서 고의성이 인정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1주를 상한가에 매도 주문을 낸 후 지체없이 취소한 1명을 제외한 21명 직원의 주장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과 '전자금융거래법' 등을 위반한 삼성증권에 관련 법규에 따라 엄정한 제재를 가할 계획이다. 착오입고 주식임을 알면서 매도 주문한 21명 직원에 대해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로 이번 주 중으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사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제재를 신속하게 처리할 것"이라며 "제재심의위원회 심의 후 증권선물위원회의 심의, 금융위원회의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와 함께 검사 과정에서 삼성증권이 계열사인 삼성SDS에 '일감몰아주기'를 한 정황도 포착했다. 삼성증권은 최근 5년간 전체 전산시스템 위탁계약의 72%(2514억원)를 삼성SDS와 체결했다. 삼성SDS와의 계약 중 수의계약 비중이 91%를 차지했다.
삼성SDS는 공정거래법상 삼성증권의 계열사다. 금감원 측은 삼성SDS와 체결한 수의계약 98건이 모두 단일견적서만으로 계약이 체결됐고, 수의계약의 사유도 명시돼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부당지원 여지가 있다고 봤다. 이에 금감원은 이러한 혐의에 대해 이번 주 중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관련 정보를 제공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오는 9일부터 내달 8일까지 전체 증권사의 주식매매 업무처리 및 오류 예방, 검증 절차와 관련한 내부통제 시스템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아울러 공매도 주문수탁의 적정성도 점검한다. 내달 중으로 증권사의 내부통제 개선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검사결과를 바탕으로 전 증권사에서 이 같은 주식 거래 관련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차단할 것"이라며 "이번 사고가 단순 제재나 보완에 그치지 않고 자본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배당 사고와 관련, 지난 4일 오후 4시 현재 삼성증권에 총 1468건의 피해구제 요청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보상 대상은 518건이고, 실제 보상은 총 398건(3억6600만원)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