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지민 기자] 수제맥주 업계가 유통채널을 확대하고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면서 판 키우기에 나섰다. 색다르고 맛있는 맥주에 젊은 감각이 더해지자 수입맥주 아성을 위협하는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22일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국민IPA', '대강 페일에일' 등을 파는 더부스의 연간 매출은 2016년 69억원에서 지난해 125억원으로 1년 사이에 1.8배 가까이 늘었다. 수제맥주 소비층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다는 뜻이다. 2016년 판매 채널별 매출은 직영매장이 가장 많았지만, 지난해엔 소매점 비중이 가장 높았다. 수제맥주를 일상적으로 즐기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는 방증이다.
이런 흐름을 잇기 위해 더부스는 소비자들에게 가깝게 다가가려 노력하고 있다. 지난 5월 말에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브랜드 '배달의민족'과 손잡고 치킨과 가장 잘 어울리는 맥주인 '치믈리에일'을 선보였다. 치믈리에일은 6월 초부터 이마트에서 단독 판매된다. 더부스는 지난달 22~27일 서울 광진구 커먼그라운드에서 맥주축제 '더 비어위크 서울'을 열었다. 6일간 현장을 찾은 소비자는 2만6000여명. 행사기간 팔린 맥주만 3만잔이 넘는다.
더부스는 7월 초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근방에 직영매장을 추가하고, 수제맥주 애호가들을 유혹할 계획이다. 더부스 관계자는 "수제맥주를 찾는 소비자들이 갈수록 늘어나지만, 오히려 사업 초기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성장세는 아니다"라면서 "맛있는 맥주를 찾는 이들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제주맥주는 제주도에서만 판매되던 '제주 위트 에일'을 지난달부터 전국 지에스(GS)25, 씨유(CU) 등 편의점에 유통하기 시작했다. 이를 기념해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선보인 팝업스토어는 개장 첫 날부터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개장 이후 열흘간 누적 방문객수는 2만5000여명. 하루 평균 방문자수는 약 2000명에 이른다. 제주맥주는 팝업스토어 운영을 마감할 오는 24일까지 5만명 이상이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
제주맥주는 팝업스토어에서 맥주요가, 맥주양초 만들기 등을 마련했다. 오는 8월 제주에서 출시될 새로운 수제맥주도 한정 판매하고 있다. 정식 출시 이전에 소비자들이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인지도를 높인 것. 제주맥주 팝업스토어를 찾은 소비자들 반응도 뜨겁다. 서울 한복판에서 축제에 놀러온 것처럼 여유 있게 수제맥주를 즐길 수 있어 좋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팝업스토어를 통해 수제맥주 매력을 알게 됐다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김미령(24)씨는 "이전까지는 수제맥주에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인스타그램을 보고 팝업스토어를 찾았다"면서 "이번 경험을 계기로 수제맥주 매력을 알게 돼, 앞으로는 자주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맥파이 브루잉 컴퍼니는 지난 19일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손잡고 서울 용산구 편집숍 '비이커' 한남점에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이곳에선 맥파이 맥주 4종과 함께 한정판 캔맥주 컬렉션을 만날 수 있다. 비이커에선 도심 속 소풍을 즐기고 싶은 소비자들을 위해 돗자리, 쿨러백, 비치타월, 유리잔 등으로 구성한 협업 상품을 내놨다. 수제맥주를 주로 찾는 젊은 소비자들 감각에 맞춰 구매욕을 자극한 것이다.
이처럼 수제맥주 업계가 마케팅에 불을 지핀 가운데, 편의점과 협업해 수제맥주 유통망을 넓히려는 시도도 이어진다. 코리아 크래프트 브루어리는 GS25와 손잡고 '광화문'을 출시했다. CU에서도 강서맥주, 달서맥주 등을 선보인 바 있다. 세븐브로이는 세븐일레븐과 함께 만든 수제맥주 브랜드를 새로 내놓을 계획이다.
수제맥주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4월부터 소매점 판매가 허용되면서 유통망이 확대되고 있다. 젊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맛과 디자인, 재치 있는 마케팅으로 수제맥주의 경쟁력이 크게 강화됐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