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협회 "종량세 무산되면 국내 수제맥주 산업 후퇴"
[서울파이낸스 박지민 기자] 정부가 맥주 과세체계를 개편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과세체계 전환을 고대해 온 국산맥주 생산업체들은 과세제도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이고 있다.
25일 기획재정부(기재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달 말 발표 예정인 내년도 세제 개편안에서 맥주 과세체계 전환에 대한 내용은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는 맥주 과세체계를 출고가격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에서 리터(ℓ)당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로 바꾸는 방안에 대해 검토해 왔다. 지난 10일 기재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맥주 과세체계 개선방안 공청회'를 열고 종량세 전환 필요성을 인정했고, 국세청도 기재부에 종량세로 개편할 것을 건의한 바 있다.
그러나 종량세 전환에 대한 소비자 반발이 거세지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종량세로 바뀌면 수입맥주 가격이 올라 '수입맥주 4캔 1만원'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한국주류수입협회도 "종량세로 개편해 수입맥주 세금 부담이 커지면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며 과세체계 개편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량세 개편이 결국 무산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산맥주 업계에서는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수제맥주협회는 24일 입장문을 내고 "종량세가 무산되면 국내 수제맥주 산업이 후퇴한다"며 종량세 도입을 강력 촉구했다.
협회는 "종량세 도입 목적은 국산을 애용해야 한다거나 증세를 하자는 게 아니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조세제도를 확립해 다양하고 품질 좋은 맥주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종량세가 도입되면 저가 맥주들은 시장에서 퇴출되고, 더욱 다양하고 품질 좋은 (국산)맥주를 '1만원에 4캔'으로 팔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제맥주 업체들이 원하는 것은 부담 없이 좋은 맥주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라며 "종량세 도입과 관련해 본질에서 벗어난 소모적 논쟁을 멈추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과세제도 및 소비자 효익이라는 관점에 집중해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종량세가 도입되기를 강력히 촉구하는 바"라고 밝혔다.
국내 맥주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대기업들도 종량세 도입 무산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한 대형 주류업체 관계자는 "아직 종량세 도입과 관련해 정부가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입장을 밝힐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현재 '수입맥주 4캔 1만원'이 사라질 수 있다는 데 초점이 맞춰지면서 여론이 호도된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맥주 과세체계 개편은 수입맥주 가격을 올리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불공정한 과세체계를 개선해 공정한 시장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을 들여다 보면 수입맥주보다 국산맥주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현재 불공정한 과세체계가 유지되면 더 많은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국산맥주는 세제 개편으로 가격을 내릴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되고, 저가 수입맥주만 계속 세금 혜택을 보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종량세로 전환하지 않더라도 반대하는 세력은 있을 텐데, 그렇다면 어느 한 쪽의 편을 들기보다는 모두에게 공평한 세금제도를 확립하는 게 맞지 않겠냐"고 불만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