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갖추려면 5억도 모자라" VS "보안 제휴로 해결하고 기준 낮춰야"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마이데이터 산업에 진입할 수 있는 조건인 '최소자본금 5억원' 기준을 놓고 핀테크 업계 내에서도 논란이 분분하다.
아이디어가 좋더라도 자본금 요소를 충족하지 못해 사업화로 이어지지 못할 수 있다는 주장과 보안성·고객보호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 것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7월 고객 동의를 받아 신용정보를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접목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 산업'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발표 당시 금융위는 마이데이터 산업에 진출하는 업체의 요건을 5억원으로 설정했다. 다양한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진입을 유도하고 유휴자금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산업은 고객 개인정보와 인증정보 등 민감한 정보를 다루게 되는 사업"이라며 "최소자본금을 설정한 것도 최소한 그 정도의 보안성과 보안 수준을 갖춘 업체들만 들어와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핀테크 스타트업 활성화와 육성을 돕는 핀테크지원센터도 "보안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5억원 이상 필요하다"며 금융위의 주장을 도왔다.
핀테크지원센터 관계자는 "스타트업이라고 하지만 금융정보를 다루는 이상 개인정보 유출 방지 등을 위해 일정한 수준의 보안 시스템과 인력이 필요한데 이를 갖출 경우 최소자본금 이상의 자금이 투입된다"며 "개인 컴퓨터, 즉 PC 수준의 레벨에서 마이데이터 사업에 뛰어들어 비즈니스를 벌일 수는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해외송금업을 영위하려는 핀테크 사업자에 대해 자본금 20억원을 요구한 것에 비하면 5억원은 동종업권으로 봤을 때 분명 완화된 요건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5억원을 조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디어 하나로 출발하는 스타트업은 회사마다 다르지만 초기 자본금이 1000만원~1억원 규모다. 지난 2015년 (구)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스타트업 지원 기관인 K-ICT 본투글로벌센터가 스타트업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스타트업의 초기자본금 평균은 7050만원이었다.
외부에서 투자를 받지 않으면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아도 산업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한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은 초기 자본금이 한정돼 있고, 서비스를 알리는 채널도 부족하다보니 사업을 키우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특히 자본금 규제 때문에 좋은 서비스를 개발했음에도 산업 진입조차 시도하지 못하고 낙오하는 스타트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당국 등에서 요구하는 보안성 문제는 보안 스타트업과의 업무협약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IT업계에서는 보안스타트업과의 업무 제휴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모바일 앱 보안 업체 스틸리언은 최근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 코비, 블록체인플랫폼 업체 세븐체인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해에는 한컴시큐어가 보안스타트업 시큐레터와 협업을 맺었다.
이 관계자는 "최소자본금을 설정한 이유가 보안성 때문이라면 이는 보안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며 "핀테크협회 등의 차원에서 최소자본금을 낮추는 방안을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