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점심 없다···투자는 자기책임하에"
"'이자장사' 의존 은행, 사업 다각화해야"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사모펀드 규제 등에 대한) 입장이 서서히 변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사모펀드 육성론자로 평가받고 있는 은성수 위원장이 기존 입장을 뒤집고 규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하면서 금융권의 관심이 높아진다.
은성수 위원장은 DLF 원금 손실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서는 "사모펀드 시장 급성장에 따른 '성장통'"이라고 표현했다.
은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임 후 한 달간 느낀 소회와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말했다.
은 위원장 취임 이후 금융권에서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의 대규모 손실, 조국 법무부장관의 사모펀드 투자 의혹,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 등 사모펀드와 관련한 사건사고들이 많이 발생했다. 결국 최근 사모펀드 악재가 연이어 드러나면서 은 위원장의 입장에도 변화가 생긴 것으로 해석된다.
은 위원장은 "밖에 있을 때는 감독당국이 왜 자산 운용까지 개입하는 지 의문이었지만 악재가 계속 반복되자 개인투자자들을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들여다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입장이 서서히 변하고 있다고 해도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사모펀드에서 불거지는 문제들을 두고는 '성장통'이라고 봤다.
은 위원장은 "사모펀드가 모험자본을 공급하고, 저금리시대에 고객들에게 조금이라도 나은 이자수익 기회를 제공하는 기능을 하면서 급격하게 성장했다"며 "지금 불거지는 문제들은 사모펀드가 성장하면서 생긴 성장통"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년 쯤 뒤 돌아봤을 때 시장이 더 커지기 전 자본시장, 금융시장이 발전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고 얘기하게 될 것"이라며 "금감원과 함께 책임 문제까지 따져서 촘촘하게 제도를 개선해 향후 좋은 평가를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경기침체, 저성장기 등으로 인해 금융권의 대체투자가 연쇄적으로 부실에 빠질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 차원의 '컨틴전시 플랜'을 준비하고 있는지 묻자 은 위원장은 "컨틴전시 플랜이 있다는 것 가체가 시장에 불안심리를 줄 수 있을 것 같아 조심스럽다"며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지 않도록 예의주시 하겠다"고 답했다.
그는"'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처럼 투자는 자기 책임에 이뤄지는 것"이라며 "과거와 달리 국민들이 투자에 대해서 알기 때문에 가격 변동에 따른 컨틴전시 플랜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은행의 이자장사 영업 관행에 대해서는 옹호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은행은 이자장사로 돈을 버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자장사에 치중하기보다는 포트폴리오가 다양했으면 좋겠다고 해 비이자수익 이야기를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977년 외국계은행의 국내 진입을 예로 들며 국내 은행의 해외진출을 언급했다.
그는 "우리가 1977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000달러, 수출이 100억달러 하던 시절 외국계은행이 상당히 많이 들어와 기업에 외국 자금을 주면서 같이 성장해 수익을 냈다"며 "우리 은행도 전세계 프로젝트파이낸싱에 참여하거나 동남아로 진출해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