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국내 금융지주회사들이 올 3분기 호실적에도 울상을 짓고 있다. 은행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계속해서 축소되고 있어서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신(新)예대율 규제로 대출 확대도 쉽지 않은 데다, 저금리 고착화로 예금·대출금리이 모두 떨어지는 상태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등 정부의 정책상품도 은행권 수익성 악화를 부채질 하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신한금융지주와 신한은행의 NIM은 각각 1.99%와 1.53%로 전분기 대비 0.04%p, 0.03%p 하락했다. 같은기간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의 NIM은 각각 1.94%와 1.67%로 0.03%p씩 낮아졌다.
하나금융지주(1.72%)과 KEB하나은행(1.47%)의 NIM도 0.09%p와 0.07%p 떨어졌다. 가장 마지막 실적을 발표한 우리금융도 NIM 하락세를 피해갈 순 없었다.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의 NIM은 1.66%, 1.40%로 각각 0.09%p씩 하락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국내 시중은행의 NIM이 지난해 말 1.67%에서 2분기 말 1.61%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2009년 3분기 1.92%로 2%대를 넘봤던 국내 은행의 NIM이 이제 1%대 중반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은행이 올해 7월과 10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내린 가운데 이주열 한은 총재는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 금리인하로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NIM 축소가 불가피하다"면서 "2020년 연간 NIM은 올해과 비교해 5bp(1bp=0.01%p) 이상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류승헌 신한금융 부사장(CFO)은 콘퍼런스콜에서 "기준금리가 25bp내릴 때 (순이자마진이) 약 3bp 하락 효과가 있는데, 추가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내년까지 이어져 마진 압박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번 내리막을 타면 터닝포인트를 다시 찾기 힘들다는 게 NIM 하락의 무서운 점"이라고 은행권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문제는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이를 극복할 타개책을 찾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내년부터 은행들이 예대율을 집계할 때 가계대출 가중치를 15% 높여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계대출은 더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9월 신청 받은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의 주택저당증권(MBS)도 은행 수익성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은행은 MBS를 장기보유할 경우 자금운용의 효율성이 떨어져 NIM 하락을 재촉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