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정부가 강남4구를 비롯한 서울 27개동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이라는 이름표를 달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예상한 결과'라면서도 이번 조치가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선 '의문부호'를 붙이고 있다. 일시적인 주춤세만 있을 뿐, 장기적으로는 되레 집값 상승과 주변 지역으로의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토교통부는 6일 민간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으로 △강남구 개포·대치·도곡·삼성·압구정·역삼·일원·청담 등 8개 동 △서초구 잠원·반포·방배·서초 등 4개 동 △강동구 길·둔촌 등 3개 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마포구 아현동 △용산구 한남·보광 등 2개 동 △성동구 성수동1가 등 27개 동을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기대보단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규제의 부작용으로 나타날 '풍선효과'다. 상승세를 탄 서울 내 신축 아파트와 집값 상승률이 높은 경기도 과천, 분당 등으로 수요 쏠림이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신축 아파트나 이번 지정대상에서 제외된 경기 과천 등 일부 비적용지역은 풍선효과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며 "청약시장의 경우 유망 입지로의 청약수요 쏠림 현상이 두드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규제를 받지 않는 특정지역에서는 갭메우기 현상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동 단위 지정은 투자지역으로 좌표를 찍어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 주택시장의 가격안정 효과를 이끌어내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과거와 달리 전국적으로 시행된 것이 아닌 데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이 있어 가격 조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더욱이 주택시장 유통매물도 많지 않다보니 한동안 매도자 우위의 시장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도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은 집값이 상승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더 멀리 내다보면 추진 속도를 늦추는 재정비 사업은 공급 부족으로 이어지고, 결국엔 집값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근본적인 원인인 '공급 부족'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를 위해선 정부의 개입을 다소 억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송 대표는 "과거 정책으로는 다양화된 시장환경에 대응하기 힘들다"면서 "지나친 정부 개입보다는 시장과 소통해 새로운 주거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동주 한국주택협회 부장은 "서울은 신규로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곳이 올해 한 곳도 없다"며 "정비구역으로 설정돼 진행되는 사업장이 없다보니 앞으로 도심지의 공급 부족이 심화될 수 있다. 공급이 원활하게 지속이 돼야 가격 안정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