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 해지 어려워 깡통 계좌 증가 우려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핀테크 업체와 은행 간 협업으로 신상품이 속속 출시되는 가운데 가입은 편리하게 했지만 상품을 해지하려면 은행 지점을 방문하거나 해당 은행 앱을 통해 가입해야 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로 고객 불편이 발생하고 있다.
향후 마이데이터 산업이 확산되고, 자산관리 서비스가 보편화 될 경우 이 같은 불편은 더 커질 수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간편결제 플랫폼 토스는 KEB하나은행의 제휴적금과 주택청약종합저축 등 상품을 판매중이다.
상품 가입 절차는 앱 변경 없이 토스 내에서 진행된다. 가입 과정은 아주 간단하다. 제휴적금 상품의 경우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한 뒤 상품 서비스 안내 동의, 납입 방식 선택, 출금계좌 지정·비밀번호 입력만 하면 계좌가 생성된다. 가입한 뒤에는 토스 홈 화면에서 간단한 인증 절차를 거쳐 계좌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불과 4~5분이면 적금계좌를 만들수 있다.
하지만 계좌를 해지할 땐 얘기가 달라진다. 하나은행 고객이라면 하나은행 모바일뱅킹 앱에 접속해 비대면으로 해지할 수 있지만 고객이 아닌 경우엔 하나은행에 가입해야만 계좌를 해지할 수 있다.
비대면으로 은행에 가입할 수는 있지만 계좌인증, 신분증 촬영 등 한층 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러한 절차 없이 상품을 해지하려면 은행 지점을 직접 방문해야 한다.
이 같은 불편은 토스와 하나은행 만의 문제가 아니다. 핀테크 앱을 통해 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대부분의 상품이 동일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은행들이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가입 절차는 느슨하게 하는 반면 계좌 관리나 해지 절차는 해당 은행을 통해야만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핀테크 앱은 사실상 '판매채널'에 불과해 계좌가 개설된 이후에는 정보만 보여줄 뿐 관리에는 전혀 관여할 수 없다.
토스 관계자는 "일부 고객들이 이미 불편사항으로 지적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은행과 계좌를 해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지만 개선이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향후 핀테크 업체들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면 이용자들은 앱에서 추천한 대로 상품에 가입했다가 계좌 해지를 할 수 없어 필요없는 빈 계좌가 다수 생성될 가능성이 크다.
은행은 고객과 은행간 약정이기 때문에 은행을 통해서 해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손님과 약정을 맺고 원할 때 돈을 내 주는 건 토스가 아닌 은행"이라며 "토스는 하나의 판매 채널일 뿐 약정 관계에서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해지 등에 대한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