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비사업 수주액 작년比 29%↓···건설사, 수주난에 '발 동동'
올해 전국에서 새로 공급된 아파트 3채 중 한 채는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에서는 새 아파트 10채 중 8채 가까이가 정비사업에서 나왔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 다양한 규제를 쏟아내면서 전국 주요 정비사업지들의 사업 추진 속도가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서울파이낸스는 올해 도시정비사업 시장을 되돌아 봤다. <편집자주>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집은 투기대상이 아니다'라는 정부의 강력한 규제 기조 아래 올해 정비사업은 '험로'를 걷고 있다. 특히 지난달부터 적용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로 규제는 '방점'을 찍었다. 뒤늦게나마 정부는 지원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미니재건축' 활성화에 나선다고 하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은 '규제 더미'에 갇혀 있다. 지난해 이익의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비롯해 안전진단 기준 강화, 조합원 이주비 대출 규제 등 정부에서 강력한 규제 대책을 이끌었다. 올해에는 이런 규제들에 더해 정비사업의 주된 무대인 서울에서 규제 및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서울시는 앞서 발표한 공공주택 8만가구 공급 계획을 차질없이 진행하기 위해 올해 정비계획안 심의를 진행하는 재건축 단지들에 '임대주택' 건립을 강요했다. 의무가 아닌 선택 사항이지만 임대주택을 확보해야 사실상 심의 통과가 가능한 것이다. 또한 층수·디자인 등 첫 단계부터 서울시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하는 공공기획 또한 도시 외관을 위해 주거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특히, 집값 안정화를 위해 지난달 상한제 적용지역을 강남권 중심의 서울 27개 동을 시작으로 이달 서울 대부분의 지역을 비롯해 과천·하남·광명 등 상승폭이 큰 경기권까지 확대시켰다. 그러나 기존 규제는 물론 상한제까지 맞물린 정비사업 조합들은 사업성 악화를 우려해 크게 반발하곤 나섰고, 상한제 적용을 피하기 위한 조합 측과 행정당국 간의 크고 작은 내홍이 이어졌다.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래미안원베일리, 서초구) 재건축의 경우 조합이 일반분양을 포기하고 임대사업자에 공급 물량을 통매각하기 위해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통매각 안건을 통과시키는 등 적극적으로 '우회로 몰색'에 나섰으나, 결국 조합 내부에서 사업 지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서초구청을 상대로 한 행정 소송은 취하하기로 결정했다.
정부 규제로 인한 정비사업 추진이 지연되면서 건설사들도 덩달아 수주난에 빠졌다. 사업 지연에 따른 정비사업 수주물량이 급감하면서 일거리 역시 줄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들의 정비사업 수주총액(18일 기준)은 11조360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지난해(13조6145억원)보다 29% 감소했다.
이에 정부는 공급 축소 대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상한제 유예기간 내 관리처분인가 단지를 지원하기 위한 TF를 꾸리고, '미니재건축' 가로주택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대책 역시 시장에 큰 변화를 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원 TF 구성, 가로주택사업 활성화 대책은 일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업지들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정비기반시설을 변형시키지 않고 진행해야 하는 가로구역에서 사업시행 면적을 확대시키는 것은 실제 적용 사례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준공업 지역 내 정비사업 활성화는 결국 재개발사업으로 이어지는 것인데 정말로 규제 적용하지 않고 적극 지원에 나설 것인지 의문"이라면서 "사업 규모가 작은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것도 기존 재건축규제와는 거리가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