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올해 항공업계는 극심한 타격을 연이어 입은 '설상가상(雪上加霜)'의 해였다. 항공사 1세대들의 시대가 갑작스레 저문데다 환율 상승 및 국가간 분쟁, 결함 이슈 등 대내외 악재로 인해 사상 최악의 위기를 직면키도 했다. 이 가운데 대형항공사(FSC) 2위 아시아나항공과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이 비상경영체제를 힘겹게 유지하다 결국 매각되는 등 업계 구조재편이 본격화됐다.
업계는 대내외 변수들에 대비 및 재회복하기 위해 적절한 체제를 마련, 한일 관계 등 국제정서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꼽으며 다가오는 2020년을 '고진감래(苦盡甘來)'의 해로 삼았다.
◇역사로 남은 항공 1세대
올해 양대 FSC는 시작부터 웃을 날이 없었다. 올해 4월 항공사 경영 1세대인 조양호 한진그룹 전 회장(향년 70세)은 폐질환으로 인한 숙환으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조 전 회장은 반세기동안 대한항공을 국내 1위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항공사로 성장시켰으며, 한국 항공산업을 이끈 주역으로 평가받은 인물이었기에 당시 조 전 회장의 별세는 업계를 통틀어 큰 충격을 안겼다.
FSC 2위 아시아나항공 경영의 1세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은 올해 3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외부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지난해 재무제표 등과 관련해 감사의견 '한정'을 받으면서다. 이에 그는 금융시장 혼란 초래에 대한 그룹의 수장으로서 책임을 지고 그룹 회장직 및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등 2개 계열사의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 퇴진을 선언했다.
◇쏟아진 악재...적자 늪에 빠지다
업계는 올해 대내외 변수로 극심한 타격을 입었다. 상반기에는 전 국적사 9곳이 모두 적자를 봤으며, 연중 가장 큰 수익을 내는 '성수기' 3분기임에도 불구하고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와 올해 3월 에티오피아항공의 여객기가 추락해 전원이 숨진 미국 항공제조업체인 보잉(Boeing)사의 B737맥스 사태를 시작으로 과잉공급으로 인한 슬롯부족, 국제유가 상승, 일본의 보복성 무역규제로 촉발된 불매운동 등이 대표적인 원인이다.
각 항공사들은 시장의 혼란을 해소하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수요가 적은 노선을 과감히 없애는 동시에 타 사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양해각서(MOU)나 조인트벤처(JV)를 체결하고, 중단거리의 동남아와 장거리 노선에 주력했으나 홍콩시위, 737NG 동체균열의 사태가 연이어 터지면서 상황이 더 악화됐다. 그러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희망퇴직을 실시하게 됐으며, 이스타항공은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는 등 결국 불안정한 한해로 마무리됐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는 정말 최악의 해라 불릴 정도로 변수가 너무 많았다. 불황은 내년 초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는 게 느껴진다. 내년엔 회복의 해로 삼고, 직원들과 고객들 모두 손잡고 안정화를 위해 나아가겠다"고 입을 모았다.
◇줄이고 합치고···내년부터 구조재편
항공시장이 공급과잉으로 인해 결국 레드오션으로 격변하자 자연스레 항공사들의 구조개편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특히 올해 가장 큰 이목을 끌었던 건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의 매각건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매각을 통한 '구조재편'이 불황기를 이겨낼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제2 국적항공사' 타이틀을 쥔 아시아나항공은 대규모 부채와 부진한 실적으로 힙겹게 경영을 이어가다 결국 지난 27일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하 현산 컨소시엄)에 2조5000억원에 매각됐다. 출범한 지 31년만에 금호 품을 떠나 HDC그룹 일원이 된 셈이다.
해당 매각 건은 국내외 기업결합 신고 등 법적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관계로 내년 4월, 최종 마무리될 예정이다. HDC측은 2조177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개선 등 기업 정상화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아시아나항공의 자본금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1조1000억원에서 3조5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나며, 현재 660%에 달하는 부채비율은 270%대로 낮아진다. HDC는 아시아나항공을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진 항공사로 만들기 위해 범현대가 일원의 지원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건은 LCC 매각건이다. 제주항공은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어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이스타항공 지분 497만1000주(51.17%), 총 695억원에 인수한다는 주식매매계약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현재 제주항공은 B737NG 45대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스타항공은 같은 기종 21대와 B737MAX 2대 총 23대의 기재를 운영하고 있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절차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총 68대의 기재를 운영하게 된다. 이로써 비상경영체제를 공식 선언하며 경영난을 겪고 있던 이스타항공은 LCC 1위 제주항공의 품에 안기면서 '초대형 LCC'로 탈바꿈하면서, 국내 3위 항공사로 성장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LCC를 중심으로 추가적인 구조재편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다가오는 2020년엔 신규 항공사인 플라이강원과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가 시장에 뛰어들면서 국적사는 총 11곳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국가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아 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재매각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에다 국가 규모 비율상 중국과 미국보다 항공사가 너무 많다. 이미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오히려 이번 매각으로 인한 구조재편이 항공업계의 새역사를 쓰는 신호탄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더해 "정부 측에서도 안정적인 구도 하에 항공업이 경영할 수 있도록 다양한 타개책을 제시, 지원해 이끌어 나가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