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코로나 확산 방지 차원"
타사들은 1월 신입사원 배치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대한항공이 2020년도 신입사원 출근시기를 4월로 미뤘다.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회사 측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지난해 영업이익이 반토막 난 데 이어 올해도 신종코로나 사태 등 잇단 악재로 인해 경영악화가 예상되자 비용 절감 차원에서 미룬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2020년도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입사월을 예정된 올해 3월에서 4월(일자 미정)로 변경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해 9월 9일부터 25일까지 일반직(일반관리·운항관리)과 기술직(항공기술·항공우주), 전산직 분야를 대상으로 2020년 종합직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진행한 바 있다. 최종합격자는 같은 해 12월 5일 발표됐다.
입사를 앞두고 있는 한 합격자는 "어제(11일) 오후 6시께 전화로 연락이 왔다"며 "통상적으로 3월 초 입사 예정인데 '신종코로나로 인한 대외변수로 감염 확산 방지 차원에서 미루게 됐다'는 설명과 함께 '아직 입사일자까지는 확정되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신종코로나 방지 차원 때문이라면 앞서 심각성을 인지한 시점인 올해 1월 중으로 공지를 해줘야 했다"면서 "지금까지 '추후에 알려주겠다'라고 말하는 것 이외 아무런 말도 없다가 갑자기 4월로 입사일자를 미루겠다고 하니 맥이 빠진다"고 말했다.
이로써 합격자들은 지난해 12월 초 최종합격 발표 이후 총 4개월간 '입사대기'를 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이런 가운데 일본 불매운동, 홍콩시위에 이어 신종코로나로 인한 중화권 노선 수요 급감 등으로 항공업계 불황이 지속되자 '입사취소'에 대한 우려까지 대두됐다.
또 다른 합격자는 "다른 회사에도 합격했지만 대한항공을 택했는데 제대로 된 입사일자 공지도 안해주고 대기하라고만 하니 솔직히 마음이 불안할 수 밖에 없다"며 "업황 부진으로 대한항공 뿐 아니라 전 항공사들에게서 단기 무급 희망 휴직제도 이야기가 계속 나오다보니 이러다 '입사 취소'가 되는 건 아닐까 마음을 졸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신종코로나 확산 방지 차원' 보다는 '실적 부진' 등 경영상의 부담으로 입사를 미루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지난해 별도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이 2908억5800만원으로, 전년(6673억9400만원) 대비 56.4%나 감산했다. 매출액도 12조3000억3300만원으로 전년(12조6554억9600만원) 대비 2.8% 줄었고, 당기순손실은 5708억4400만원으로 적자 폭이 커졌다.
업황 부진이 계속되자 대한항공은 지난해 11월 단기간 무급 휴직제도를 실시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으로서는 현재 한진 경영권을 두고 총수일가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내부 상황도 부담이다.
실제로 타 항공사들은 지난해 2020년도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해 신종코로나 발병에도 예정대로 올해 1월 신입사원을 받고 배치도 끝냈다.
업계 관계자들은 "신종코로나 확산 방지 차원이었다면 그전에 공지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면서 " 현재 대한항공 뿐 아니라 모든 항공사가 여러 악재로부터 직격탄을 맞다보니 '비상경영에 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경영이 어렵다보니 한달이라도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한 차원에서 신입사원 입사월을 연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업황 부진도 있고 내부적으로는 경영권에 대한 주주간 분쟁 이슈에다 3월 말에는 주총까지 있다보니 나름 상황이 정리되는 시기에 맞춰 미룬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항공 관계자는 "다른 이유는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입사와 동시에 합숙 등 집체교육이 이뤄지다 보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대한 안전을 확보키 위해 미루게 됐다"며 "사태가 진정되고 안전이 보장되는 대로 최대한 빨리 입사일자를 확정해 개별 공지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객실승무원 300명을 대상으로 3월 한달간 연차 휴가를 실시키로 했다. 잔여 연차 휴가가 21일 이상 남은 객실승무원 가운데 희망자에 한해 신청을 받은 뒤 1개월간의 휴가를 제공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스케줄 업무 관계상 객실 승무원분들 가운데 연차를 많이 사용하지 못한 분들이 있다"며 "급여도 다 지급되는 것이기에 무급휴직 개념과는 아예 다르다. 휴식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