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百, 면세업계 빅4 다진다···정지선 '뚝심' 결실
현대百, 면세업계 빅4 다진다···정지선 '뚝심'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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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T1 DF7 구역 사업권 낙찰, 서울 강남·북 시내면세점과 시너지 기대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 1월2일 오전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백사마을에서 임직원들과 손수레를 끌면서 '연탄 나눔'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 1월2일 오전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백사마을에서 임직원들과 손수레를 끌면서 '연탄 나눔'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현대백화점그룹)

[서울파이낸스 박지수 기자] 경자년(흰 쥐의 해)을 맞이한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공격경영이 결실을 맺고 있다. 정 회장은 1972년생으로 유통업계에서 대표적인 쥐띠 최고경영자(CEO)로 꼽힌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9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대기업(일반기업) 면세점 사업권 입찰에서 1000점 만점에 892.08점의 높은 점수를 받아 DF7(패션·기타) 구역 사업권을 따냈다. 이번 입찰로 업계 후발주자인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인천공항 진출에 성공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현재 서울 강남(무역센터점)과 강북(동대문점)에서 시내 점포를 운영 중이다. 

기존 신세계디에프가 운영하고 있던 DF7 구역은 호텔롯데·호텔신라·신세계디에프·현대백화점면세점 4개 사업자가 맞붙어 가장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DF7 구역은 최소보장금이 비교적 저렴한 406억원이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이용객이 줄면서 임대료에 부담을 느낀 면세업계가 DF7 구역을 매력적인 공간으로 여긴 것이다.

면세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이 DF7 사업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데는 기존 사업자들보다 과감한 입찰가를 적어낸 게 유효했다고 보고 있다. 

정 회장은 그룹 차원에서 면세점사업을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워왔다. 평소 대외활동을 자제해 왔지만 무역센터점 개장식에 직접 참석하는 등 면세점 사업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6일 현대백화점면세점에 2000억원 규모의 추가 출자를 단행하며 자금 확보에 도움을 줬다. 이번 출자로 현대백화점이 면세점에 출자한 금액은 총 4500억원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현대백화점에서 총 2500억원의 운영 자금을 조달받은 바 있다. 

이번 입찰로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면세업계 빅4 구도를 다지고,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각오다. 그간 면세업계는 호텔롯데·호텔신라·신세계디에프 등 빅3 구도로 유지돼왔다. 현대백화점면세점으로서는 유명 브랜드와 가격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바잉파워(구매력)를 높이기 위해선 공항 면세점 진출이 필수적인 상황이었다. 인천공항 면세점의 지난해 총 매출은 2조6000억원으로, 전 세계 면세점 중 1위다. 

현재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유찰된 DF2(향수·화장품) 구역 사업권 입찰 참여도 검토 중이다. 품목이 같은 사업권에 복수 낙찰은 금지돼 있어 DF6(패션·기타) 구역 입찰은 참여 자체가 불가하다. 앞서 인천공항공사는 지난달 27일 인천공항 T1 대기업 몫 5곳(DF2·3·4·6·7)에 대한 사업제안서를 받았다. 그 결과 향수·화장품(DF2)과 패션·잡화(DF6) 사업권 등 2곳이 유찰됐다. DF2구역의 연간 최소 임대료는 1161억원에 달한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르면 이주 내 DF2(향수·화장품)와 DF6(패션·기타) 사업권을 다시 공고할 예정이다. 2차 입찰 공고는 1차와 동일하게 이뤄지고, 3차부터 10% 감액된다. 

증권가는 이번 입찰 결과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날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인천공항 입점으로 면세 사업에 대한 확장성을 확보했다"며 "초기 비용을 감안해도 공항점에서 나게 될 적자는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 사업 확장성 확보로 무역센터점과 동대문점이 얻게 될 수혜가 더 크다"고 밝혔다. 

오린아 이베스트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처음으로 공항 면세점에 진출하면서 불륨을 확대한다는 데에 주목할만 하다"며 "월 오픈한 두타점은 올해 코로나19 영향은 불가피하겠으나 올해 8000억원 수준으로 매출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이 독이 든 성배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직 운영 초기인 데다 지난해 700억원대의 영업적자를 내는 등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높은 임대료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백화점그룹 면세 부문은 지난해 1분기 236억원의 분기 영업적자를 냈다. 그러나 2분기 194억원, 3분기 171억원, 4분기 141억원으로 매 분기마다 적자 폭이 개선됐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의 경우 신규 사업자이다보니 타 업체와 비교해 운영 노하우나 역량이 부족하다"면서도 "입찰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임대료인데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최소보장금(임대료)을 얼마를 써내는냐가 관건이기 때문에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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