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암초' 건설사, 해외수주 '곤두박질'
'코로나19 암초' 건설사, 해외수주 '곤두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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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수주 18억2989만달러, 전월比 절반 '뚝'
중동지역 계약금액 감액도···발주 감소 우려↑
한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반등 기미를 보이던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실적이 급감하고 있다. 신규 발주량 감소는 물론이고, 최악의 경우 이미 확보했던 일감의 계약금액 감액까지 대비해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액은 112억3351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63억4760만달러)보다 77% 늘어난 수준이다.

작년 7만6761달러에 그쳤던 중동 수주액은 67억862만달러를 기록하며 9배 가까이 늘었고, 중동에 이어 수주량을 떠받치는 아시아는 41억8839만달러로 전년 동기(42억2655만달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늘어난 수주 실적을 마냥 좋아할 수 없다. 지난해 해외수주가 부진한 데 따른 '기저 효과'가 큰 만큼 낙관적인 전망은 이르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실제 지난해는 미중 무역분쟁 등 여파로 해외건설 수주 실적이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을 때다.

올해는 연초까지만 해도 건설사들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잇달아 따내면서 작년보단 사정이 나을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렸으나, 이번에는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았다. 특히 국제유가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며 업계의 불안감을 키우는 모양새다.

국제유가는 코로나19에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가격 인하, 증산 등을 통해 '유가 전쟁'에 나서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동 발주에 영향을 미치는 두바이유는 올해 1월 배럴당 68달러를 돌파한 후, 전날 기준 21.23달러로 내려앉은 상황이다.

중동 국가는 석유 수출의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유가가 낮아질수록 경제 위축과 함께 사업 발주 감소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심하면 발주 취소, 공사비 지급 지연까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우려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해외건설 수주액은 달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1월 56억4000만달러에 달했던 수주액은 2월 37억2000만달러로 낮아진 데 이어 3월 18억2989만달러를 기록, 전월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3월 들어서는 발주처의 사유 등으로 사우디아라비아(1062만달러)와 이라크(2660만달러)에서 오히려 계약금액 감액도 이뤄졌다. 

문제는 2분기 이후에도 건설사들의 수주액이 미끄럼틀을 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당분간 유가가 배럴당 20~40달러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 당장 입찰하는 프로젝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발주량 증가가 기대됐던 중동 국가는 국제유가의 약세, 이란·이라크 및 호르무즈 해협 등 지정학적인 위험 고조 등도 불확실성으로 존재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업계의 영업활동은 물론, 공사수행 전반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해외수주 목표치를 줄줄이 상향 조정했던 건설업계는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다만 전 세계가 국경을 걸어 잠그며 해외로 향하는 발걸음이 묶인 탓에 실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비관론에 힘이 실린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아직 1분기가 마무리된 시점이어서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입국 제한으로 인력 이동과 자재의 운송까지 차질을 빚고 있는 만큼 이번 사태가 길어지면 간접비 증가나 보상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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