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록만 20만쪽, 치열한 법리 공방 예고
"수사심의위 무력화" vs "예정된 영장 청구"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여부가 오는 8일 밤 늦게나 9일 새벽 결정될 전망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2018년 12월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2년4개월 만에 삼성은 또다시 총수 부재를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다.
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8일 오전 10시30분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321호 법정에서 이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하고 구속 필요성을 심리한다. 함께 청구된 최지성(69)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64)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의 구속영장도 원 부장판사가 심사한다.
원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 측과 검찰 측 입장을 듣고 구속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 등 구속영장 청구서 분량은 1명당 150쪽에 달하며, 수사기록은 400권 20만쪽 분량이다. 구속 여부는 8일 밤 또는 9일 새벽 결정될 전망이다.
앞서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이 부회장 등 3명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들이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주식회사 등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김 전 팀장에 대해서는 위증 혐의도 적용됐다.
이번 구속영장 청구의 발단이 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혐의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1대 0.35 비율로 합병할 당시 이 부회장의 경영승계에 유리하도록 회계를 조작해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를 조직적으로 저질렀고, 최정점에 이 부회장이 존재한다는 의혹을 골자로 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6일과 29일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검찰 소환조사에서 관련 의혹에 대해 "보고 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구속영장 청구는 이 부회장이 지난 2일 검찰이 아닌 외부 전문가들에게 기소의 타당성을 판단 받겠다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서를 검찰에 제출한 지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와 관련, 이재용 부회장 등 3인의 변호인단은 "서울중앙지검 시민위원회의 안건 부의 여부 심의절차가 개시된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전문가의 검토와 국민의 시각에서 객관적 판단을 받아 보고자 소망하는 정당한 권리를 무력화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반면 검찰 측은 이 부회장의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보다 앞서 구속영장 청구를 내부 방침으로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9일 조사를 마친 후부터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했으며,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전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까지 보고가 이뤄져 최종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