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지난 4월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이 전월보다 소폭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연체 발생액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선언된 3월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내 감염병 충격이 연체율 통계에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4월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40%로 전월말(0.39%) 대비 0.01%p 상승했다. 지난 1월부터 두달 간 상승했다가 3월 분기말 연체 채권을 평소보다 많이 정리하는 데 따라 하락 전환했던 원화대출 연체율은 이달 다시 상승으로 방향을 틀었다.
통상 4월은 금융사들이 3월 말 연체채권을 정리한 기저효과로 연체율이 오르는 시기다. 여기에 코로나19 펜데믹 선언으로 인한 실물 경기 둔화가 지난 3월 이후 본격화해 4월 중 은행 연체율이 큰폭 상승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4월중 원화대출 연체율의 전월 대비 상승폭(0.01%p)은 △2017년(0.04%p) △2018년(0.17%p) △2019년(0.03%p)과 비교해 미미한 수준이라는 게 감독당국의 분석이다.
노영후 금감원 은행감독국 팀장은 "4월 중 신규 연체 발생액은 1조4000억원으로 전월(1조4000억원)과 유사했지만 연체채권 정리규모가 1조1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8000억원 줄어 연체율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위한 금융지원 확대를 은행권에 주문한 데다 코로나19 피해 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 효과가 유지될 수 있게 여신회수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큰폭 인하하는 등 전방위적인 정책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정부가 코로나19 긴급자금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긴급자금 지원 등 적극적인 정책을 집행하면서 예상했던 사안"이라며 "5월 가계 및 기업 대출의 순증 금액은 21조원으로 4월 33조원에 이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런 이유로 적어도 올해 3분기(7~9월)까지 가계 및 기업의 연체, 부도 등으로 인해 (은행) 건전성이 훼손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시기적인 착시를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연체율은 후행적 수치이기 때문에 악재가 발생한 뒤 한두 달 시차가 존재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위기의 시발점인 리먼 브라더스 파산이 2008년 9월이었는데 국내 은행 연체금액이 늘어난 건 그 해 11월부터였다. 아직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중소기업과 가계대출 연체율이 일제히 상승한 점이 우려를 더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기업대출 연체율은 0.50%로 한 달전과 비교해 0.01%p 올랐는데, 대기업대출 연체율(0.22%)이 전월말 대비 0.14%p 하락한 반면,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전월말 대비 0.04%p 상승했다. 중소기업 가운데서 중소법인 연체율(0.74%)은 전월말 대비 0.05%p,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0.36%)은 전월말 대비 0.03%p 각각 올랐다.
가계대출 연체율(0.29%)은 전월말 대비 0.02%p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0.20%)은 전월말과 유사했지만,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신용대출 등)의 연체율(0.48%)이 전월말과 비교해 0.05%p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