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9일 대표적인 시장금리인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하락했다(국채 가격 상승). 한국은행이 연말까지 5조원대 규모의 국고채 단순 매입 계획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는 한은의 국고채 매입이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뒷받침하는 한편, 시장금리 급변동을 대비하는 차원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매입 규모와 상황을 고려할 때 시장금리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3.4bp(1bp=0.01%p) 내린 연 0.915%에 장을 마쳤다. 10년물 금리는 연 1.518%로 3.7bp 하락했다. 5년물과 1년물은 각각 4.4bp 하락, 2.3bp 하락으로 연 1.190%, 연 0.710%에 마감했다. 20년물은 연 1.652%로 2.3bp 내렸다. 30년물과 50년물은 각각 2.7bp 하락, 2.8bp 하락으로 연 1.636%, 연 1.636%를 기록했다. 국채 금리 하락은 곧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전날 한은은 올해말까지 총 5조원 내외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7조원 규모의 4차 추경으로 국고채 발행이 급증할 것에 대비해 미리 국고채를 사들여 향후 예상되는 채권 가격 하락과 금리 급등을 예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고채 매입 방식은 시장 상황을 고려하되, 가급적 월말께 실시하고 복수금리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은 관계자는 또 "이번 단순매입과는 별도로 시장금리 급변동 등 필요시에는 시장안정화 조치를 적극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투업계는 한은이 국고채 매입 의사를 밝힌 시점에 주목했다. 전날인 8일 기준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56%를 기록했고, 지난 8월말부터 1.5%대를 꾸준히 상회하고 있다. 이는 한은이 올해 기준금리를 2차례 인하하기 직전인 3월 중순의 금리 고점인 1.57%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시장금리 안정과 나아가 금융시장의 안정을 꾀하려는 중앙은행의 의도가 무색해질 수 있는 레벨까지 금리가 상승했다는 의미"라며 "이는 향후 1.5%대 금리에서 한은이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일종의 임계치로서의 의미를 지닌다"고 분석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국고채 단순매입은 4차 추경으로 공식화된 7조원대 규모의 발행량 상당 부분을 흡수하는 것"이라며 "앞선 네 차례 단순 매입 때와 달리 이번 발표는 전체 매입 규모와 대략적인 매입 시점을 밝히는 구체적인 액션이었다는 점이 차별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은의 국고채 매입 여력은 아직 충분한 편"이라며 "이전보다 적극적인 스탠스를 보여주는 것으로 채권금리가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금투업계 일부에서는 한은의 이번 조치가 시장금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단순매입 계획 규모가 4차 추경에 따른 7조원대 중반의 적자국채 발행량보다 적다"며 "내년도 173조원의 국고채 발행량뿐만 아니라 성장 및 물가 개선 등 악화하는 채권 투자 환경도 시장에 부담"이라고 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연내 수급부담을 일부 덜어냈다고 해도 내년 국고채 및 공사채, 은행채 발행부담과 뉴딜펀드와 같은 일부 수요 구축요인까지 고려할 때 금리하락 정도는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