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기금 2.4조 투입···산은-수은, 영구채 주식 전환
"사업·인력 등 구조조정 불가피···자회사 매각 검토"
"양 측 소송전, 재매각이나 진행 상황 봐가며 대처"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9개월을 끌어온 아시아나항공 M&A(인수·합병)가 11일 최종 무산됐다. 앞으로 아시아나는 KDB산업은행을 중심으로 한 채권단 관리체제 아래 경영정상화 작업에 매진하게 된다. 이와 함께 정부도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통해 아시아나에 2조4000억원을 긴급 수혈하기로 결정했다.
산업은행은 이날 오후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아시아나 매각 무산을 공식 선언했다. 지난해 12월 HDC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를 2조50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지 9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이 직격탄을 맞자 양측 딜이 계속 지연됐고 결국 최종 무산으로 끝을 맺었다.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채권단이 지원 방안과 의지를 전달했음에도 HDC현산은 재실사 후 거래 종결이란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거절했다"며 "M&A가 장기화되면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해야 하는 아시아나의 정상화 과정에도 중대한 차질이 예상돼 자체 정상화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M&A가 최종 무산되면서 아시아나는 6년 만에 다시 채권단 관리체제로 편입된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한 80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방식이다.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채권단 지분율은 37%로 금호산업(30.7%)을 제치게 된다.
채권단은 또 2조4000억원 규모의 기안기금도 아시아나에 투입한다. 시장안정화 필요자금 2조1000억원과 유동성 부족자금 3000억원 등이다. 이 중 시장안정화 필요자금은 M&A 무산에 따른 아시아나 신용등급 하락으로 일시 상환의무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한 자금이다. 지원 방식은 운영자금 대출 1조9200억원(80%)과 영구전환사채(CB) 인수 4800억원(20%) 등으로 진행된다.
산업은행은 또 아시아나 정상화 후 빠른 시일 내 재매각을 추진할 방침이다. 최 부행장은 "경영 쇄신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상당 기간 컨설팅을 진행할 것"이라며 "이후 여건이 된다면 책임있고 능력있는 경영주체와 재매각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시아나가 채권단 관리체제로 편입되면서 사업 재편,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자회사 분리매각 가능성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이날 최 부행장도 추가 자구계획 마련을 위한 컨설팅 진행시 모든 사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혀 자회사 분리매각 가능성을 열어뒀다.
최 부행장은 "추가 자구계획은 외부 컨설팅을 통해 노선조정, 원가절감, 조직개편 등 상당기간 신중하게 봐야한다"며 "컨설팅 진행할 때 에어서울, 에어부산이나 골프장을 포함한 리조트 등 자회사 관리 방안이나 매각 방안도 다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M&A 무산에 따른 HDC현산의 계약금 반환소송 가능성에 대해선 "금호와 현산 모두 상대 귀책에 따른 무산을 주장하고 있고 여러 소송이 진행될 개연성도 고민하고 있다"며 "소송은 법원에서 다투겠지만 재매각이나 진행 상황을 봐서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 부행장은 HDC현산을 향해 "지난해 4월에는 분명히 (M&A) 의지를 갖고 있었다고 믿고 있고,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이 딜 자체가 더 나아갈 수 없다는 결정은 충분히 존중한다"면서도 "진행 과정에서 보여준 절차나 협의 과정에서의 아쉬움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