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규제+한계차주 증가'···중장기 '악재'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돈 마련)'과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에 따른 은행권 신용대출 급증세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대출 급증으로 은행들이 올해 3분기 양호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2조8859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3분기(3조2446억원) 대비 11.06% 줄어든 규모다. 초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 코로나19 등 불확실성에 대비한 대손충당금 적립 등으로 부진을 기록할 것이란 당초 예상과 비교하면 양호한 수준이란 평가다.
이번 실적은 대출 성장세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0%까지 인하하면서 은행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 또한 크게 하락했지만 대출자산 규모 자체가 크게 늘면서 부진을 방어했다.
실제 지난달 말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원화대출금 잔액은 999조7371억원으로 지난 1월 말(934조222억원) 대비 65조7149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1~8월 원화대출금 증가액 규모(30조6327억원)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유승창 KB증권 연구원은 "8월 말까지의 대출 증가율이 11.1%로 기존 가정을 상회하고 있어 금리 하락으로 순이자마진이 하락했으나 은행의 이자이익 방어에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올해 은행권 대출 급증에는 코로나19에 따른 가계·기업대출 수요 증가와 부동산 규제 이후의 '패닉바잉(공황 매수)', '동학개미운동'으로 표현되는 개인투자자 주식 매수 열풍 등 복합적인 요인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 대출 성장의 중심에는 신용대출이 있다. 잇단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신용대출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여기에 저금리, 주식투자 열풍 등이 맞물린 영향도 컸다. 실제 4대 은행의 신용대출은 올해 8월까지 12조3474억원 증가하며 전체 원화대출금 증가분의 약 17.5%를 차지했다. 지난 6월부터는 매달 사상 최대 증가폭을 경신하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폭증세를 잡기 위해 은행들을 상대로 대출 관리 압박에 나서면서 3분기 이후의 은행 실적을 두고 잿빛 전망이 나온다. 은행들은 금융당국 권고에 따라 대출 총량 뿐만 아니라 우량 고객인 고신용·고소득 전문직 고객을 대상으로 '핀셋' 관리에도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한계차주들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량 고객을 대상으로 한 영업도 축소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어야 한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담대가 막히면서 그나마 전세자금대출과 신용대출로 활로를 뚫었었는데 전세대출 규제도 강화되고 있고 신용대출도 조여오고 있으니까 사실상 은행 가계대출 쪽에서는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상품이 없다고 봐도 된다"며 "여기에 우량 고객인 고신용자들에 대해서도 대출 한도를 줄이게 되면 당연히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