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 판매사인 증권사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들의 중징계를 예고했다. 이중에는 금융투자협회장인 나재철 대신증권 전 사장과 현재 KB증권을 맡고 있는 박정림 사장도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업계에선 CEO까지 강한 철퇴를 가할 만한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점과 재발 방지를 위한 마땅한 제재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중징계가 현실화한다면 당사자들이 이에 불복해 취소 행정소송 등에 나설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8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6일 오후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등 라임 펀드 판매사 3곳에 징계안을 사전 통보했다. 여기에는 CEO의 연임과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는 중징계 안이 담겼다. 이 같은 중징계가 확정되고도 자리를 지킨 사례는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징계 대상에 오른 CEO는 전현직을 아우른다. 지난 3월 잇단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전 사장과 1월 금융투자협회장에 오른 나재철 전 대신증권 사장이 그 대상이다. KB증권의 경우 유일하게 윤경은·박정림 전현직 사장 모두 이름을 올렸다.
이들 CEO가 내부통제 기준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 금감원 판단의 골자다. 초유의 전현직 CEO 중징계가 예상되면서 업계에선 논란이 분분하다. CEO까지 징계할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과 향후 유사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강한 철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공존하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알려졌다시피 내부통제 실패에 따른 CEO 제재 근거를 미련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라며 "분조위에서 일부 펀드의 경우 라임운용과 신한금투가 기획했다고 봤음에도 다른 판매사들에도 중징계를 내리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라고 했다.
그러면서 "판매사들도 일부 잘못을 인정하고는 선배상과 가교운용사 설립 등 금융당국의 여러 요구도 받아들였는데, 강한 철퇴가 돼 돌아오는 건 가혹한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중징계안이 확정되면 해당 증권사는 물론 CEO들에 적잖은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은행장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 박정림 KB증권 사장은 압박이 불가피하다. 이에 CEO들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올해 초 금감원으로부터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관련,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받은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이에 불복, 징계 취소 행정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냈다. 이에 제재안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이번 금감원의 중징계 제재가 마땅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자본시장 한 전문가는 "이전에 비해 매우 강력한 조치이긴 하지만, 내부통제 책임의 정점에 있는 CEO에 보다 높은 수위의 제재가 내려지면서 향후 비슷한 사고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부통제는 결국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투자자 보호가 포함됐는데, 이에 대한 최고 의사결정자가 책임을 지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이전까지 처벌이 느슨했는데, 이번에 강한 철퇴가 가해짐으로써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라임 판매 증권사의 징계 수위는 오는 29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된다. 금감원 담당 부서와 제재 대상자가 함께 출석해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인 대심제로 진행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