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엔 ‘국정농단’ 공판 재개···사법리스크 확대 속 해외경영 강행군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다시 피고인석에 서게 되며 삼성 안팎으로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주 열리는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한 첫 재판을 시작으로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등 10월에만 두 개의 재판을 받게 됐다. 이 같은 사법리스크에도 이 부회장은 글로벌 경영 행보를 강행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 권성수 김선희)는 오는 22일 오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부회장 등 11명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공판 준비기일은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의 입장과 쟁점을 확인한 뒤 향후 심리 절차를 정하는 자리다. 피고인이 법정에 나와야 할 의무는 없어 이 부회장 등은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피고인으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이영호 삼성물산 대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등도 이름을 올렸다.
검찰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계획했다고 보고 있다. 합병 당시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 부회장은 합병 이후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확보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중요 단계마다 보고를 받고 승인해왔다고 보고 지난 9월 이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주식회사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도 받는다. 앞서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이 부회장에 대해 불기소 권고를 했지만 검찰은 "사안이 중대하고 객관적 증거가 명백하다"며 재판에 넘겼다.
재판이 승계의 정당성을 두고 다투게 되는 만큼 법정에서는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이 부회장 측은 "삼성물산 합병은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뤄진 합법적 경영활동이며 모든 절차는 적법하게 이뤄졌다"며 "수사팀의 태도는 처음부터 삼성그룹과 이재용 기소를 목표로 정해 놓고 수사를 진행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달 26일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에도 출석해야 한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대법원이 이 전 부회장의 뇌물죄를 확정하고 돌려보낸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심리를 26일 재개한다. 이 재판은 지난 1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담당 재판장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다"며 기피신청을 해 9개월 간 중단됐으나 고법과 대법원이 연이어 검찰의 요청을 기각하면서 재개된다. 대법원에서 인정한 이 부회장의 뇌물죄에 대해 양형을 결정하는 자리이다.
앞서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등에게 삼성 경영권 승계 및 지배구조 개편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총 298억2535만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지난 2017년 2월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2심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해 8월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계에서는 향후 몇 년간 이 부회장이 재판 일정에 얽매이게 되면서 삼성그룹의 경영 활동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경제 위기와 함께 글로벌 경쟁 심화 속에서 총수의 경영 공백은 경쟁력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런 가운데 이 부회장은 잇단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 재판 일정 및 준비에 따른 제약이 덜한 상황에서 반도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주요 사업 현안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이 부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발이 묶인지 5개월여 만인 지난 8일 네덜란드로 출국했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극자외선(EUV) 노광기를 독점 공급하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본사, 스위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을 방문했다.
유럽 출장에서 돌아온 지 닷새 만인 19일에는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최대 생산 기지인 베트남으로 출국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베트남 출장길에 오르는 것은 2018년 10월 이후 약 2년 만이다. 최근 베트남 정부가 외교관과 기업인 등 자가격리를 면제해주는 '패스트트랙'(입국절차 간소화)을 적용한 데 따라 이 부회장은 이번 베트남 출장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부문 사업 점검을 집중 점검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은 1995년 베트남 호치민에 삼성전자 법인을 설립해 TV 생산·판매를 시작한 이후 스마트폰·디스플레이·배터리·전자부품 등으로 베트남 사업을 확대해 왔다. 현재 베트남은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최대 생산 기지로, 베트남 북부 박닌성과 타이응우옌성에 휴대전화 공장, 호찌민시에 TV·가전제품 생산공장이 위치해 있다.
아울러 이 부회장은 이날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만나 베트남 사업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과 푹 총리의 면담은 이번이 세 번째다. 두 사람은 2018년 10월 이 부회장의 베트남 방문과 지난해 11월 푹 총리의 한국 방문 당시 면담을 가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