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청약철회권도 부담"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9년 가까이 공전만 거듭하던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법제화 초읽기에 들어갔다. 신협과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자(P2P), 대형 대부업자까지 적용 대상 범위가 확대됐으며, '징벌적 과징금'의 부과 기준도 명확해졌다.
금소법 시행이 성큼 다가오자 금융권은 다시금 긴장하는 모습이다. 금소법에 앞서 소비자보호를 강화해왔음에도 이들 내용이 법제화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27일 금융위원회는 내년 3월부터 시행되는 금소법을 앞두고 시행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시행령의 핵심은 그간 개별 금융업법으로 규율하던 규제 방식을 기능별 규제로 전환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한 것이다.
우선 은행, 보험사, 금투업자, 여신전문회사, 저축은행 등 금소법에 규정된 업종 외에도, 신협,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자(P2P), 대형 대부업자까지 적용 대상에 포함하도록 했다.
징벌적 과징금의 부과 기준은 위반 행위로 얻은 수입의 50%로 정하되, 수입의 개념을 계약의 목적이 되는 거래금액으로 명시했다. 예컨대 투자성 상품은 투자액, 보장성 상품은 보험료, 대출성 상품은 대출금, 예금성 상품은 예치금의 50%가 과징금 상한이 된다. 거래규모가 클수록 제재강도도 높아진다.
일부 금융상품에 한정해 적용되던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영업금지, 부당권유금지, 광고 규제 등 6대 판매원칙의 경우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될 예정이다.
금소법 시행이 가시화되자, 금융권에선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이미 예고돼 온 내용인 만큼 현장에서의 영향이 미미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법제화가 여전히 부담스럽다는 게 대다수의 의견이다.
특히 여러 제약이 생기면서 금융사들이 이전만큼의 공격적인 상품판매가 어려워졌다는 토로가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DLF 사태와 사모펀드 대란 등으로 은행권에서도 소비자보호에 방점이 찍혔다"라면서도 "직원 교육 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늘었고, 부담이 커진 일선 직원들도 영업활동을 할 때 위축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청약철회권과 위법계약해지권의 압박이 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금소법 시행 이후 금융소비자가 계약시점으로부터 일정 기간 내에 청약철회를 요청하면 판매자는 소비자에게 원본을 반환해야 한다. 6대 판매원칙 등 금소법에서 정한 내용을 어긴 경우 위법계약해지권도 금융소비자에 주어진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이나 투자상품을 판매했을 때 간혹 하루 만에 철회를 요구하는 고객이 있다"며 "금소법이 시행 후 별다른 요건이 없어도 철회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판매 과정에서 발생했던 비용이나 업무 부담은 금융사에 고스란히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번에 규제 대상에 포함된 신협과 P2P 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금소법 시행이 자칫 영업 위축으로 이어질까 하는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 한 P2P사 관계자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등록을 준비하고 있는 업체는 금소법 규제를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전보다 영업활동에 제약이 생기는 부분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답했다.
신협 관계자 역시 "규제 내용이 이미 시행령에 발맞춰 준비하고 있던 부분"이라며 "다만 상호금융권 중에서 유일하게 규제를 받기 때문에 다른 기관에 비해 상품 판매 절차가 복잡해지거나 까다로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