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함에 따라 자회사인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 저비용항공사(LCC) 3개사에 대한 단계적 통합이 추진된다. 출혈경쟁을 벌여왔던 저비용항공사(LCC)업계에 지각 변동이 예고된다.
18일 정부 및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에 따라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도 단계적으로 통합하게 된다.
이번 인수를 추진하는 한진그룹이 대형항공사(FSC) 통합 기간을 최대 2년으로 보고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LCC 3사도 이와 비슷한 기간 내 구조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항공산업의 위기를 고려할 때 공적자금 투입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뿐 아니라 진에어 등 LCC업체와 항공 관련 업체를 포함한 항공산업 전반의 개편이 필요하다"며 "이제부터 각 사와 만나 중복노선, 운항횟수 등에 대한 구체적 운영방안을 합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항공협회가 주관하는 에어포탈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LCC업계 여객 수(1363만9171명) 기준 각사의 점유율은 제주항공 25.63%, 티웨이항공 23.10%, 진에어 20.83%, 에어부산 20.10%, 에어서울 5.20% 이스타항공 4.1% 플라이강원 0.92%순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 기준으로 에어서울은 A321-200 항공기 7대와 19개 노선을, 에어부산은 A321LR 등 항공기 25대와 38개 노선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 2위 진에어는 LCC 가운데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B777-200ER 대형기 4대를 포함한 항공기 26대, 39개 노선을 보유하고 있다.
진에어를 중심으로 통합이 완료되면 항공기 58대, 국내 점유율 46.1%의 초대형 LCC로 탈바꿈한다. 지난해 매출액을 기준으로 봐도 우세하다. 진에어(9101억원), 에어부산(6332억원), 에어서울(2335억원)의 매출액 총합은 1조7768억원으로 1위 제주항공(1조3840억원)을 넘어선다.
특히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통합해 미주와 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 집중하고, 단거리 노선은 진에어가 넘겨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남은 LCC들도 단계적 합병을 통한 '몸집 키우기'로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국내 LCC는 9곳으로 말 그대로 '포화상태'다. 이는 자연스레 레드오션과 출혈경쟁을 가져온다. 여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으로 불황이 지속돼 신생항공사(플라이강원,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 3곳까지 출범시킨 정부로서는 부담이 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된 이후 파산위기에 내몰린 이스타항공은 현재 재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이스타항공 인수를 추진했던 제주항공은 올해 7월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며 인수를 포기한 바 있다.
양양국제공항을 모기지로 하는 신생 항공사 플라이강원은 최근 관광비행상품과 양양~제주 노선 증편을 발표하며 수익개선에 힘쓰고 있지만 직원 60%가량이 무급휴직을 하고 있고 매각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에어프레미아도 첫 취항을 시작하기도 전에 직원 무급 휴직을 시행하고 있다. 에어로케이는 정부의 심사 지연으로 1년이 넘도록 운항증명(AOC)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한 LCC 관계자는 "정부가 FSC를 추진했던 것처럼 남은 LCC들끼리의 합병을 지원해준다면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로 독과점은 물론 가격 등 시장규칙이 일방적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커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