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가 대표적 사례"···사회공헌·신사업·사명변경 '딥 체인지'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매력적인 목표와 구체적 실행 계획이 담긴 파이낸셜 스토리가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의 강렬한 한마디에 SK그룹 전체가 스토리텔링을 위한 움직임에 들썩이고 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달 23일 제주 디아넥스 호텔에서 진행된 '2020 CEO세미나'에서 '파이낸셜 스토리'를 키워드로 제시하며 새로운 기업가치 확보방안을 주문했다. 그간 꾸준히 강조해왔던 '딥 체인지(Deep Change)'의 실행 방안을 '파이낸셜 스토리'에서 찾자는 것이다.
실제로 최 회장은 최근 포럼 강연자로 참석해 사회적 역할에 대한 책임감을 언급하거나 결식아동의 끼니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는 등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쟁력 강화를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말 '21세기 인문가치포럼'에서 "기업인으로서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있으며 큰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며 "사회가 원하는 가치를 만들어야 기업이 살 수 있는 기대가 됐다"며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을 강조했다.
지난 17일에는 사회공헌 연합체인 '행복얼라이언스'를 통해 아동 결식 문제 해결의 필요성과 민관협력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방안을 논의했다.
최 회장의 활동은 SK라는 이름에 '스토리'를 심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기업은 돈만 밝힌다'는 막연한 이미지가 코로나19로 인해 급식이 중단된 어린이들에게 한 달 간 4만2000끼니를 긴급제공했다는 '스토리'와 만나면서 SK그룹은 '좀 더 나은 사회'와 '구성원의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착한 기업, 소비해도 좋은 기업으로 인식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공헌 활동 뿐만 아니라 계열사들이 벌이는 사업에서도 스토리 찾기가 시작됐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인 SK정유화학이 생산하는 '석유·화학'원료 대신 해조류 부산물을 사용해 계란판, 과일쟁반 등 포장재를 만드는 소셜 벤처 '마린이노베이션'을 후원하고 있다. 마린이노베이션은 '두바이 엑스포' 혁신/파트너십 프로그램중 하나인 '이노베이션 임팩트 그랜드 프로그램'에서 국내 업체로는 유일하게 최종 수상 기업으로 선정됐다.
SK에너지도 화물차 운전자들의 휴식·주차와 물류중개, 차량관리 등을 돕는 국내 유일한 화물차 휴게시설인 '내트럭하우스'를 2040년까지 2.5배 늘리겠다는 계획을 최근 내놨다.
SK하이닉스는 국내 M&A사상 최대 액수인 10조3000억여원을 들여 인텔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사업 부문을 인수하면서, SKC는 기존 필름 등 화학사업과 그 연장선에서 이뤄졌던 뷰티·헬스케어 사업을 접고, 전기차 핵심 소재인 동박 등에 도전·집중하면서 '새로운 스토리'를 써나가기로 했다.
30여년만에 추진된 SK 계열사의 사명 변경도 '파이낸셜 스토리'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최태원 회장은 '텔레콤, 에너지, 화학' 등은 업의 영역을 제한하는 사명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름을 벗어난 스토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SK텔레콤은 사명 변경을 고민중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앞서 지난달 27일 서울 홍대에 마련한 플래그십 스토어 'T팩토리' 출점 온라인 간담회에서 "T팩토리의 T는 텔레콤이 아니라 테크놀로지와 투모로우의 T"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참고하라고 했던 SK이노베이션이 대표적인 사례"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SK이노베이션이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데도 사명은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유·화학업계는 마케팅이 필요없는 B2B 업종인데도 SK이노베이션은 기발한 아이디어와 스토리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SNS나 공모전, 광고 등으로 적극 활동하고 노출해왔다"며 "그 결과 과거 굴뚝 산업의 이미지는 지워진지 오래됐으며 특히 젊은 세대들의 많은 관심을 받으며 사명처럼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해 새로운 스토리를 써나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