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농협銀, 기존 서비스 연계·개발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공인인증서가 공식 폐지되면서 시장 선점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민간 기업들이 앞다퉈 자체 인증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자체인증서를 출시하거나 금융결제원의 금융인증서를 도입하면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다만, 자체인증서의 경우 공공기관이나 다른 금융사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인증서의 범용성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가 시장 선점의 결정적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11일 금융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전자서명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지난 10일부터 공인인증 제도가 폐지됐다. 앞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인증서는 △공동인증서(구 공인인증서) △금융인증서비스(금융결제원) △사설(자체)인증서 등 3가지다.
이 중 은행들은 '자체인증서'를 출시하거나 금융결제원과 협업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금융인증서비스'를 도입하며 인증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들 가운데 자체인증서를 보유한 곳은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IBK기업은행이다. 가장 먼저 출시한 곳은 기업은행이다. IBK모바일인증서에 가입한 고객은 '아이원뱅크' 등 모바일뱅킹에서 패턴·지문 등으로 로그인한 후 간편비밀번호 6자리로 모든 은행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의 자체인증서 'KB모바일인증서'는 가입자수와 서비스 적용범위 측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출시된 후 가입자수는 출시 17개월 만에 580만명을 돌파했다. 고객은 국민은행 모바일뱅킹에서 지문·패턴·간편비밀번호 등 간편한 방식으로 로그인부터 모든 금융업무까지 처리할 수 있다. OTP나 보안카드 없이 금융거래를 할 수 있고 유효기간이 없어 주기적으로 갱신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해결했다.
범용성 확대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공동인증서(구 공인인증서), 금융인증서비스와 달리 민간기업이 출시한 인증서비스는 해당 기업의 서비스에만 적용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 공공기관이나 다른 금융기관에서는 사용할 수 없어 범용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KB모바일인증서가 행정안전부 주관 '공공분야 전자서명 확대 도입' 시범사업의 후보자로 선정되면서 공공기관에서도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종 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KB모바일인증서를 통해 △홈텍스 연말정산(국세청) △연말정산용 등본발급서비스(행안부) △국민신문고(국민권익위원회) 등 공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나은행도 지난 8월 모바일금융 애플리케이션 '뉴 하나원큐'를 출시하면서 '하나원큐 모바일인증서'를 도입했다. 특히, 은행권 최초로 '얼굴인증서비스'를 도입했다. 휴대폰 종류와 상관없이 본인얼굴 인증만으로 간단하게 로그인한 뒤 보안카드·OTP 없이도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
구체적인 시기는 미정이지만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도 자체인증서를 개발할 예정이다. 농협은행의 경우 통합인증서비스인 'NH원패스(ONEPASS)'와 연계해 농협 금융·유통 계열사에서 쇼핑·이체·보험가입 등의 업무를 모두 처리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은행들이 자체인증서를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해당 인증서를 공공기관이나 다른 금융기관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특히, 기술 측면에서는 다른 금융사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이 완료된 상태다. 현재도 다른 금융사의 자체인증서를 도입해 사용할 수 있지만 이 경우 고객정보 보호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실현 가능성은 낮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설인증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사실 요즘 은행을 한 곳만 이용하는 고객이 없는데, 자체인증서를 다른 은행에서는 쓸 수 없으니 정말 필요할까 의문이 들긴 한다"며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려면 범용성을 얼마나 갖췄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금융결제원과 손잡고 '금융인증서비스'를 도입한 곳도 있다. 금융인증서비스는 인증서를 금융결제원의 클라우드 저장소에 발급‧보관해 별도 프로그램 설치 없이 언제 어디서든 쉽게 연결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민간기업의 자체인증서와 달리 공공기관 등 다양한 기관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민·신한·하나·우리·수협·SC제일은행 등 주요 은행들이 지난 10일부터 금융인증서비스를 도입한 상태다. 농협은행과 기업은행은 금융결제원의 금융인증서비스를 내년 초 도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