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것 없습니다"···방치된 제주항공 객실승무원들의 호소
"정해진 것 없습니다"···방치된 제주항공 객실승무원들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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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대기 1년간 화상회의 단 한번···"단기 알바로 생계유지"
제주항공 항공기 (사진=제주항공)
제주항공 항공기 (사진=제주항공)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회사는 우리들을 보이지 않는 미래 속에 방치했습니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제주항공 공개채용에서 최종 합격한 24명의 신입 객실승무원들은 사측으로부터 '무기한 입사대기'를 통보받았다.

이들은 입사 일정이 4월 초에서 10월로, 그리고 '무기한 대기'로 재차 미뤄지기까지 '코로나로 회사가 어렵다'는 말 외에는 입사예정일은 물론 구체적인 경영사정에 대한 내용이나 향후 계획에 대해 사측으로부터 어떠한 설명도 듣지 못했다. 제주항공 측은 예비 입사자들에게 화상회의를 통해 주기적으로 소통하며 현재의 회사 사정에 대한 설명과 함께 고용불안을 해소해주고 있다고 하지만 화상회의는 지난 1년간 단 1번 실시한 게 전부였다.

앞서 신입 객실승무원들은 지난해 12월 20일 오리엔테이션에서 '이스타항공 인수로 인해 회사가 정신이 없으니 입사시기는 4월로 보고있다'며 '3월까지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방도 미리 알아보고 이사해서 입사준비를 하라'는 객실팀장의 말을 전달 받았다. 

정작 3월이 되자 입사대기자들에게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영난 때문에 입사를 10월로 연기한다'는 메일이 전송됐다.

입사대기 중인 A씨는 "동기들 대부분 각자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거나 혹은 타 직장에 취업했음에도 거절하고 입사만을 기다렸지만 3월 말 갑작스레 메일로 입사를 10월로 연기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코로나가 확산되는 상황이라 동기들 모두 회사의 의견을 존중해 다른 곳에 취업할 수도 없어 각자 아르바이트 등 단기 일자리를 전전하며 어떻게든 버티려 애썼지만 회사는 그간 한통의 연락도 주지 않았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입사 예정일을 앞두고 화상회의가 열렸던 10월 13일, 이들은 '무기한 입사대기'를 통보받았다. 15분간 진행된 이 회의에는 입사 대기 중인 신입 객실승무원 24명과 제주항공의 인사팀장, 채용담당자, 인사담당자 등 총 27명이 참여했다.

또 다른 예비 입사자 B씨는 "회사상황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준다고 하지만 그냥 말로 어렵다고 하는 것 뿐 현재 회사의 상황에 대한 설명도 없고 오히려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 더 많았다"며 "회사는 저희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어떻게 살아나가는지 묻지도 않았고 10월이 돼서야 경제활동을 하라고 한마디 했다"고 말했다.

현재 24명의 신입 객실승무원들은 고용계약이 체결되지 않아 무직상태로 대기 중이다. 입사 대기자인 신분인만큼 휴직수당과 고용유지지원금은 받을 수 없다.

제주항공은 지난 8개월간 정부로부터 고용지원금을 받았던 터라 신규채용을 할 수 없었다. 기나긴 대기로 고용불안이 커지자 고용노동부는 일부 인력채용에 예외를 두기로 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을 받게 되더라도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이미 채용을 확정한 신규인력에 대해서는 입사를 허용키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승인받은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도 신규채용과는 무관하다.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최근 기안기금을 받게 됐지만 90% 고용 유지 조건이 있을 뿐 신규인력 채용에는 제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예비 입사자들은 지난해 비슷한 시기 채용이 열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신입 인력 상황과 비교하면서 "회사의 고용 안정범위 내 있고 없고가 큰 차이"라며 "입사 후 휴직으로 전환해도 괜찮으니 법적인 범위 내에만 있게 해주시면 감사하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신입 객실승무원들은 지난해 말 입사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훈련을 받다 중단하고 휴직으로 전환된 상황이다. 다만, 고용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고용지원금을 받는 등 안전 범위 내에 있다.

지난해 하반기 뽑힌 대한항공 신입사원 70여 명도 1년째 대기 중이지만 내년 초 입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이달 2일 열린 대한항공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원칙상 고용지원금을 받는 기간에는 신규 인력채용이 불가하나 노동부와 협의해 내년 초 입사가능토록 조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신입사원 분들을 채용해 기존 정규직과 동일하게 임금을 지급할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며 "회사 사정에 따라 휴직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을 수 있지만 최대한 고용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신입 객실승무원의 입사 시기에 대한 방안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끝나고 항공업계가 안정화되는 시점만 기다리고 있다"며 "현재 입사시기와 관련해서는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으나 이달에도 소통계획을 잡고 있는 등 지속 연락을 취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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