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제2금융권 타격 불가피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올해 금융권에서는 '법정 최고금리'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았다. "대출금리가 너무 높다"는 지적과 함께 정치권을 중심으로 최고이자율을 낮춰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국회에선 현재 연 24%인 금리 상한선을 연 10~22.5%로 낮추자는 내용의 법안이 여럿 발의됐다. 여기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 경제부처 수장들도 최고금리 인하 필요성에 공감을 표하면서 금리인하 논의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특히 지난 8월 연 10%로 최고이자율을 인하해야 한다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주장이 여론에 불을 지폈는데, 10%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20% 인하에 힘이 실렸다.
지난달 당정 협의를 통해 금융당국에 내린 결정 역시 법정 최고금리를 연 20%로 낮추는 방안이다. 이자 경감 효과와 금융 이용 축소 우려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됐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지난 2018년 2월 27.9%에서 24%로 낮춘 지 약 3년 만이다.
최고금리는 2002년 대부업법 제정 당시 66%였다. 이후 2007년 10월 49%, 2010년 7월 44%, 2011년 6월 39%, 2014년 4월 34.9%, 2016년 3월 27.9%, 2018년 2월 24%로 6차례에 걸쳐 인하된 바 있다.
인하 시기는 내년 하반기부터다. 정부는 최고금리가 20%로 낮아질 경우 20%보다 높은 금리로 대출을 이용하던 239만명(3월 기준) 중 약 87%인 208만명의 이자 부담이 매년 4830억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208만명이 현재 이용하고 있는 대출 규모는 총 14조2000억원이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서민들의 고금리 부담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과 함께 한편에선 새로운 국면이 예고됐다. 이자 상한선에 맞춰 업계별로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가장 타격이 예상되는 곳은 대부업이다. 지난 1997년 이자제한법 폐지 이후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대부업체는 금융권에서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자제한법이 되살아난 후에도 여전히 대부업체의 금리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는데, 이제는 '고금리 장사'로 예전만큼 돈을 벌기가 쉽지 않아졌다. 때문에 과거 법정 최고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국내시장으로 이동했던 일본계 대부회사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철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업계 1위였던 산와대부는 작년부터, 조이크레디트대부금융은 올해부터 신규 대출을 중단하고 기존 대출만 회수하고 있으며, 대부업 철수 조건으로 저축은행 인수를 승인받은 웰컴론, 러시앤캐시도 자산을 줄이고 있다. 영세 대부업체들의 고전도 예상된다.
저축은행과 카드사 등 2금융권의 수익성 악화 역시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동안 20%를 넘어서는 금리를 받았던 고객들에 대한 신규 대출이 줄어들어 당장 이익 감소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소급적용' 여부도 관심사다. 금융당국은 금리인하에 따른 소급적용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금융감독원이 지난 2018년 '저축은행 표준 여신거래기본 약관'을 개정해 소급적용 관련 내용을 신설한 바 있다. 약관은 법정 최고금리를 초과하게 되는 경우 개정 법령 시행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약정금리를 법정 최고금리까지 인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관련 규정이 없는 카드사와 캐피탈사의 경우도 금융당국이 우회적으로 압박에 들어가면 소급적용을 할 수밖에 없다.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는 이유다.
일각에선 2금융권, 대부업을 통한 대출이 까다로워지면서 중·저신용자가 불법사금융으로 밀려나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에 금융위는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보완방안을 마련해 내년 상반기 중 발표할 방침이다. 이 방안에는 정책서민금융상품의 공급 확대, 불법사금융 근절 조치 추진, 고금리 금융업권 지원을 통한 민간 서민대출 활성화 유도 등이 담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