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토착왜구와 이란 인질극
[홍승희 칼럼] 토착왜구와 이란 인질극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란 혁명수비대에 의한 한국 상선 나포로 시끌시끌하다. 초기의 나포 사유로 환경 오염 운운했으나 실상은 미국의 대 이란 제재로 한국에 묶여있는 70억 달러 상당의 이란 금융자산 문제 해결을 노린 행위라는 해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문제는 제재의 주체는 미국인데 왜 한국 선박을 대상으로 삼았느냐는 것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으나 대 이란 금융제재에도 불구하고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국가자산으로는 한국에서 묶여있는 70억 달러가 이란 입장에서는 긴급하게 아쉽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미 한국과 이란은 이 70억 달러를 코로나19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란의 백신 구입 비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인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상 중 이런 돌발행동을 한 이유는 한국이 백신구입 비용을 달러로 환전해 미국으로 보낼 경우 미국이 이를 압류할 위험성이 크다는 이란의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즉,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이 대 이란 제재를 풀라는 압박을 가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한국을 대미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한 이란의 태도에 대해 한국은 매우 불쾌할 수밖에 없다.

중국, 북한 등 몇몇 나라를 제외한 전 세계 모든 국가가 현재 미국 주도의 대 이란 제재에 좋든 싫든 동참하고 있다. 그런데도 그 중에 콕 짚어 한국 선박을 나포했다. 국내에 동결된 이란 금융자산은 한국 입장에서도 꽤나 난감한 문제이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의 다각적인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런 한국을 향해 이란이 주먹을 휘두른 꼴이니 한국으로서는 짜증스러운 게 당연하다.

일단 이란은 한국을 꽤 만만하게 봤다. 미국의 대 이란 제재에 어쩔 수 없이 동참하고 있는 한국을 향해 ‘미국의 식민지’ 등의 모욕적인 비난도 서슴치 않았다. 외화 획득의 길이 막힌 이란의 다급함을 이해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동안 이란에 그 동결된 자산을 토대로 의료장비 지원 등 한국으로서는 할 수 있는 여러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태도를 보인 것은 한국을 그만큼 우습게 대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번 사건의 주도 세력이 이란의 혁명수비대라는 점에서 이란 내부 정치와 연결시키는 시각도 있다. 현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이란 내에서 비교적 온건파로 알려져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이란 간의 핵협상을 무효화시키고 대 이란 제재를 재개함으로써 이란 내 과격파의 발언권을 높여줬고 대통령의 머리 위에 있다는 소리를 듣는 혁명수비대는 그 가운데서도 급진적인 이슬람 혁명세력이다.

이란 대통령 선거가 1년 남짓 남았다고 한다. 따라서 이번 사건 해결을 계기로 이란 내에서 과격파가 정치적 주도권을 더 확실히 하려 서두르는 것이라고도 한다. 이는 이란 내에서도 일부 제기되는 이번 행동에 대한 비판에서도 유추해 볼 수 있는 해석이다.

어찌됐든 그 많고 많은 나라 가운데 한국을 인질로 삼으려는 이란의 행동은 적어도 한국이 직접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유럽 국가들처럼 지리적으로 가깝지도 않고 그렇다고 항모전단이 세계의 해양을 누비는 처지도 아닌 한국이니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봤을 것이다.

물론 호르무즈해협에 파견돼 있는 청해부대가 급히 이란 근방으로 이동해 정치`외교적 판단에 따른 작전에 대기하고 있기는 하다. 미국도 이란의 속내를 알기에 급히 회항 중이던 항모전단을 되돌리며 한국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만약 한국 역시 항모전단을 호르무즈 등에서 운용하고 있었다면 이란이 한국선박 나포를 시도라도 했을까. 이미 한국인과 한국 기업들이 전 세계 어느 곳엔 퍼져나가 활동하는 이 시대에 자국민 보호를 위한 군사활동의 경계를 여전히 한반도 내로 묶어두고 오로지 남북관계에만 국한시켜 판단하는 정치는 매우 위험하다는 점을 다시 상기시킨다.

한국의 해군전력 증강에 일본과 중국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런 중국과 일본은 막강한 해군전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력증강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런데 그런 나라들을 자극할 거라며 국회 예산심의 등으로 한국 경항모 사업에 자꾸 발목을 잡는 정치세력들이 존재한다. 과거와 달라진 환경을 무시하는 그들은 그동안 꾸준히 토착왜구라는 비난을 받아왔다는 점이 새삼 두드러져 보인다.


이 시간 주요 뉴스
저탄소/기후변화
전국/지역경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탄 2021-01-11 01:48:14
별 같지도않은 ㄴ들도 칼럼이랍시고 지껄여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