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은행 충당금 적립 2.6조 '3배↑'···"코로나 부실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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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대출' 만기·이자상환 재연장···추가 적립 전망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사옥 전경. (사진=각사)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이 대손충당금을 전년에 비해 3배 가까이 더 쌓아둔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한 대출 부실화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이다.

은행권은 올해도 예년보다 많은 충당금 적립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탓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이자 상환 유예 조치의 6개월 추가 연장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내부 충격완충 장치를 두텁게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해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2조601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9659억원)보다 169.4% 증가한 규모다.

대손충당금은 차주(돈을 빌린 사람)가 대출을 상환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 미리 준비해놓는 돈을 말한다. 충당금 전입액이 늘었다는 건 그만큼 이미 나간 대출에 대한 부실 우려가 커졌다는 의미로, 영업이익에서 차감되기 때문에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이들 은행은 작년 순이익이 적어질 것을 감안하면서까지 예년보다 충당금 적립 규모를 대폭 늘렸다. 실제 신한은행의 전체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6802억원으로 2019년 3513억원 대비 93.6%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리스크 대응을 목적으로 미리 충당금을 설정했는데, 지난해 2분기 1508억원을 시작으로 3분기 218억원, 4분기 1134억원 등 총 2860억원을 코로나 충당금으로 쌓았다.

2019년 타 은행보다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쌓았던 국민은행도 충당금 전입액을 1036억원에서 4843억원으로 367.5%나 늘렸다. 액수 자체는 비교적 적지만, 증가율은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민은행 역시 코로나 관련 추가충당금 전입액만 2100억원에 달할 정도로 돌발 리스크에 대비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NH농협은행 사옥 전경. (사진=각사)

나머지 은행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5072억원)과 우리은행(5353억원)은 충당금 전입액이 전년 대비 각각 149.1%, 352.9% 늘었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농협은행의 경우 2019년 1892억원에서 지난해 3949억원으로 108.7% 증가했다.

이처럼 지난해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충당금 적립에 나선 것은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여신이 많아졌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장기화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에 차주들의 여건이 나빠지면서 빚 상환 여력도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연체율 등 자산건전성 지표는 양호한 수준이지만, 지난해 코로나 등 여파로 대출이 빠르게 늘었고 언제 부실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이에 앞서 충당금을 적립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5대 은행의 자산건정성 지표를 살펴보면 충당금 적립을 대폭 늘릴 만큼 상황이 나쁘지 않다. 은행들의 연체율은 0.17~0.28%로 전년보다 0.01~0.12%포인트(p)가량 떨어졌다. 

고정이하여신(NPL) 규모도 크게 줄면서 NPL비율 역시 개선됐다. 은행별로 △국민 0.28% △신한 0.36% △하나 0.34% △우리 0.32% △농협 0.42% 등으로 2019년과 견줘 0.05~0.16%p 낮아졌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잠재 부실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했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일각에선 올해도 은행들이 예년보다 많은 충당금을 적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만큼은 아니더라도, 늘고 있는 대출과 더불어 '코로나 대출' 만기연장·이자유예 재연장에 대비해 완충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다.

전날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만나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만기 연장·이자 상환 유예 조치를 6개월 더 연장하기로 뜻을 모았다. 연장조치는 올 3월 말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금융당국은 현 시장 상황을 볼 때 재연장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이 자리에서 은 위원장은 "대출 만기연장에 따른 리스크를 잘 관리해야 한다"면서 "지주나 금융회사에서 충당금을 더 쌓는 등 노력을 따로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작년에 예상보다 많은 충당금을 쌓았지만, 코로나 대출 만기연장·이자유예 조치가 재연장되는 등 최근 흐름을 감안하면 예년보다 많은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할 것 같다"며 "이런 선제 조치는 향후 실적 개선에 기여할 전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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