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빅테크 등 전자지급결제 시스템에 대한 전자금융거래법(이하 전금법) 개정안을 두고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이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전금법 개정안은 빅브라더(사회 감시·통제 권력)법이 맞다"고 재차 강조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이 개정안을 빅브라더가 아니라고 발언한 데 대한 반박이다. 빅브라더는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가공의 독재자로, 모든 국민을 감시한다.
이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 장혜영 정의당 의원으로부터 지급결제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그는 "정보를 강제로 한데 모아놓은 것 자체가 빅브라더"라면서 "전금법이 빅브라더가 아닌 예로 통신사를 드는데, 이런 비교는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앞서 이달 19일 은 원장은 "제 전화 통화 기록이 통신사에 남는다고 통신사를 빅브라더라고 할 수 있느냐"며 "(한은의 빅브라더 지적은)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 빅테크(거대 정보통신업체) 지불·결제수단을 통한 개인의 충전·거래내역 등이 모두 금융결제원 한곳에 수집되고, 이를 금융위가 들여다볼 수 있는 개정안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한은이 지적하자 정면 반박한 것이다.
그러나 이날 이 총재는 "통신사를 빅브라더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은 맞지만, 여러 통신사가 가진 정보를 한곳에 모아두고 그걸 들여다볼 수 있다면 그건 빅브라더가 맞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전금법 개정안 발의 목적이 소비자 보호에 있다는 금융위 측 주장을 두고 "금융결제를 한데 모아 관리하는 것은 소비자 보호와는 무관하다"며 "지금도 소비자 보호 장치는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금융결제원의 주 기능은 소액결제시스템, 금융기관끼리 주고받는 자금의 대차 거래를 청산하는 것이고, 이런 청산 업무는 중앙은행이 뒷받침할 수밖에 없다"며 "정책기관끼리 상대방의 기능이나 역할을 제대로 충분히 이해해 주는 것이 아주 중요한데 그게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고 비판했다.
다만 양 기관의 갈등이 커지는 데 대해서는 "안타깝고 송구스럽다"며 "이 논쟁을 보면서 느낀 게 결국 상대기관 정책기관끼리 상대방의 기능이라든가 역할을 충분히 이해해주는 게 중요한데 그게 부족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