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법 명암下] 은행 펀드 판매 위축·소비자 선택권 축소 우려
[금소법 명암下] 은행 펀드 판매 위축·소비자 선택권 축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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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판매절차·처벌 강화···세부지침 모호해 현장 '혼란'
KB국민은행 여의도 영업점에서 직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고객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KB국민은행)
은행 영업점 전경. (사진=KB국민은행)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6대 판매규제를 모든 금융상품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시행 하루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펀드 판매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펀드 판매 절차는 까다로워지고 소비자 보상은 쉬워진 탓에 펀드 판매 기피 현상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은행권의 입장이다. 펀드 선택권이 줄면서 그 피해가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매월 100조원 이상을 기록하던 은행권 펀드 판매 잔액이 지난해 12월부터 90조원대로 내려앉았다. 판매 잔액은 지난해 11월 100조7232억원을 기록한 뒤 12월 97조2962억원으로 떨어졌고, 올해 1월 말 98조2707억원을 기록했다.

다른 금융업권과 비교해서도 은행권의 펀드판매 비중은 크게 줄어들고 있다. 5년 전인 2016년 1월 말 금융권 전체 펀드 판매 규모 중 은행권의 판매 비중은 22.8%를 차지했으나 올해 1월 말에는 14.8%까지 떨어졌다.

은행권 펀드 이탈 현상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라임펀드 등 잇단 펀드 손실 사태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잇단 사모펀드 손실 사태로 은행이 판매하는 펀드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 것이다.

사모펀드 손실 사태는 지난 10년간 국회에서 표류하던 금소법을 통과시키는 데도 한몫을 했다. 문제는 사모펀드 손실 사태에 따른 금융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고 펀드 불완전판매를 예방하기 위한 금소법이 펀드 판매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는 데 있다. 소비자 보호 강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금소법이 오히려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금소법에 따라 은행들은 펀드를 판매할 때 고객이 해당 펀드를 정확히 이해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보다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 고객 투자성향에 맞지 않는 상품을 판매하는 것도 원천적으로는 금지된다. 고객이 원한다고 할지라도 은행은 해당 상품을 판매할 수 없음을 설득해야 한다.

여기에 고객이 상품 가입 후 최대 9일 안에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청약철회권'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가입 후 불완전판매로 의심되는 계약에 대해 해지할 수 있는 '위법계약해지권'도 마련됐다. 다만, 계약 해지에 따른 보상 범위 등은 여전히 모호하다. 그러면서도 판매사가 설명의무 위반 등 불완전판매를 했을 경우 관련 상품 수입의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과태료도 최대 1억원으로 상향됐다.

판매사에 대한 책임이 대폭 확대되면서 업계에서는 불완전판매 분쟁 소지 자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상품 판매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감독규정이 일주일 전에 발표됐기 때문에 은행도 디테일하게 준비된 게 없다 보니까 (금융상품 판매에 있어) 보수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결론적으로는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라고 만들었는데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펀드 시장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소위 '큰 손'으로 불리는 은행들이 펀드 판매를 기피할 경우 펀드를 설계·운용하는 자산운용업계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은 원래 톱니바퀴처럼 연쇄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산업"이라며 "위에서 펀드 판매를 줄이면 시장에 참여하는 다른 금융사들이 타격을 입게 될텐데, 벌써부터 전망이 좋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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