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우리나라 경제정책의 불안정성이 주요 20개국 중 두 번째로 높아 성장과 투자, 주가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지난 2016년부터 작년까지 주요 20개국의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 변동 폭을 바탕으로 경제정책 불안정성을 측정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2일 밝혔다.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는 스콧 베이커 노스웨스턴대 부교수, 닉 블룸 스탠퍼드대 교수, 스티븐 데이비스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가 개발한 것으로, 언론 보도에서 경제 불확실성 관련 단어가 쓰인 빈도를 바탕으로 산출된다.
측정 결과에 따르면 경제정책 불안정성이 높은 상위 4개국은 영국, 한국, 브라질, 아일랜드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영국과 아일랜드는 브랙시트(Brexit) 협상으로 인해 불안정성이 높았다고 분석됐다. 브라질은 호세프 대통령 탄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 등으로 정치‧사회적 혼란이 컸다.
한국의 경제정책 불안정성 값은 43.7로 주요 경쟁국인 독일(33.8), 일본(33.7), 중국(28.9), 미국(28.9)보다 높았으며, 프랑스(22.2)의 약 두 배 수준이었다.
또 2006년에서 작년까지 5년 단위로 경제정책 불안정성을 계측한 결과 20개국 중 경제정책 불안정성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국가는 우리나라와 스페인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 흐름에 따라 경제정책 불안정성이 등락하는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경제정책 불안정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한경연은 설명했다.
한경연에 따르면 정책 불안정성이 높아지면 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낮추고 설비투자증가율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정책 불안정성이 10% 증가하면 주가는 1.6%, GDP는 0.1%, 설비투자는 0.3% 각각 감소했다.
한경연은 경제정책이 일관되지 못하고 자주 변경되거나 예측하기 어렵다면 경제주체인 기업과 가계는 투자 등과 같은 중요한 경제활동을 합리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일관적 경제정책으로 인한 대표적 경제 악영향의 사례로 지주회사 제도를 제시했다. 정부가 지주회사 제도를 금지했다 허용·장려한 뒤 다시 규제를 강화하면서 기업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이 커져 투자를 저해했다고 주장했다.
또 부동산 정책의 경우 임대사업자에게 각종 세제 혜택을 부여해 등록을 권장한 뒤 8개월만에 세제 혜택을 축소하면서 주택 임대 시장의 혼란이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경제정책이 자주 바뀐다면 기업을 비롯한 경제주체들이 투자와 같은 장기적 안목 아래 추진해야 할 활동들을 제대로 계획하고 집행하기 어렵다"며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경제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안정적인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