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일상화하고 있다. 이젠 마스크가 없던 세상을 상상하기 어려워졌고, 매일같이 울리는 휴대폰 재난문자는 익숙하다 못해 지겨워질 정도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며 국민적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 여행 등 이동 제한 조치에 따른 보복 소비가 이어지는 등 새로운 현상도 나타난다.
그래서일까? 코로나19가 우리 일상에 들이닥친 지난해 초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예민하게 대응해왔던 기업들의 모습이 조금 달라진 듯하다. 일부 기업에서 확진자가 발생해도 직원들에게 쉬쉬하기 바쁘고 감염병 전파를 막기 위한 대응 조치에도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초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롯데칠성음료가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확진자 발생 이후 대응 과정에서 해당 사실을 사업장 직원들에게 제대로 공지하지 않은 채 평소와 같이 근무토록 하는 등 쉬쉬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롯데의 또 다른 계열사인 롯데백화점의 일부 지점에서도 미흡한 대응에 대한 지적이 있었던 이후인 만큼 회사의 대응 방침과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관련 내용을 취재하고 보도한 뒤 일주일여 지났을 때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국내 산업용 센서 제어기기 전문기업인 모 기업에 다니고 있다는 직원 A씨의 제보 전화였다. 그는 "계속해서 회사에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데 안내 공지가 없을뿐더러 업무가 중단되면 안 된다는 식으로 일관하며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취재 당시 이 기업 본사에서 4명의 확진자가, 다른 지역에 있는 연구소에서 2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기업에서 추가 확진자가 며칠 새 지속적으로 발생한 것은 회사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다.
제보자 직원 A씨는 영업직무에 근무해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많은 밀접접촉자 직원이 음성판정을 받았다는 이유로 현장 업무에 바로 투입됐으며, 이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또 팀별로 확진자 관련 내용이 전달되지만 이 경우도 팀마다 달라 내용을 아예 모르는 직원들도 많다고 상황을 전했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앱(모바일 응용프로그램)인 블라인드의 이 회사 게시판에서도 "이게 회사냐, 안전불감증이라도 걸렸냐", "각자 알아서 생존하라 이건가", "회사의 안일한 대응에 코로나 추가 확진자 발생을 예상했다" 등 직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임직원들간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해도 모자랄 상황에서 미흡한 대응으로 화를 자초한 결과였다. 기업이 성과만을 중시하고 근로자 안전은 고려하지 않은 채 쉬쉬하는 사이 근로자들은 회사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1일 행정안전부는 재난문자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 높아졌다는 판단에 따라 재난문자 송출 금지 조항을 만들고 문자 송출을 대폭 줄였다. 조치가 시행되자 '정보가 제한된다'는 취지의 민원이 빗발쳤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안내 정보를 줄여선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지자체에는 30~40개의 관련 민원이 제기됐으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코로나 발생인원 재난문자 다시 보내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와 1만1000명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재난문자가 불편하고 지겨워졌을지언정 정보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쏟아진 것이다. 재난문자는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해 지역확산을 줄이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처럼 위기에 대응하고 막기 위해선 위기를 제대로 인지하는 것이 필수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정보 불균형을 유발하는 기업들의 안일한 대응은 결국 또 다른, 더 큰 위기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의 미흡한 조치가 우려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