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코로나19 기저·경제 회복에 실적 개선세 지속"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1분기 어닝시즌이 반환점을 맞이한 가운데, 기업들이 예상대로 선전하고 있다. 1년 이상 지속 중인 코로나19 국면에도 다수 업종에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시현했다. 증권가에선 코로나19 기저효과와 경기 개선 등에 힘입어 긍정적 이익 모멘텀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146곳의 영업이익은 35조167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여파가 절정에 달하던 지난해 같은 기간(18조2900억원)과 비교해 92.3% 증가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화학업종의 최대 실적 행진이 눈에 띈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화학업황의 뚜렷한 개선으로 증권사의 추정치를 훌쩍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대장주 LG화학은 1분기 영업이익 1조4081억원을 거뒀는데, 전년 동기(2059억원) 대비 584% 급증한 규모다. 같은 기간 금호석유화학도 영업이익 6125억원을 냈다. 사상 최대치로,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5546억원)과 2019년(3654억원)의 연간 실적을 1분기 만에 넘어섰다.
효성그룹 3인방도 화학업종 '깜짝실적'에 일조했다. 효성화학(611억원) 과 효성첨단소재(834억원)과 효성티앤씨(2468억원)가 기록한 1분기 영업이익은 증권가에서 추정한 컨센서스와 각각 24.9%, 33.2%, 33.0%의 괴리율을 보였다.
지난해 대규모 실적 반등을 이뤘던 증권업종의 선전도 두드러진다. NH투자증권은 1분기 순이익 2574억원, 영업이익 374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728%, 596% 급증한 수준이다. 현대차증권은 지난해 연간 실적을 1분기(영업익 570억원) 만에 벌어들였다.
'동학개미' 위세가 여전하면서 브로커리지(위탁매매)에서 견조한 성과를 유지한 데다, IB(투자은행)와 WM(자산관리) 등 전 부문의 고른 성적이 호실적에 기인했다. 실적 발표가 예정된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도 타사의 추종을 불허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예고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크게 주춤했던 업종의 실적 반등도 주목된다. 호텔신라는 1분기 266억원으로 흑자전환하며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손익 불확실성을 크게 완화했다. 지난해 적자 늪에 빠졌던 S-Oil도 1분기 6292억원으로 대규모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그간 '코로나 수혜'를 입었던 언택트(비대면) 관련 업종은 비교적 주춤한 모습이다. 인터넷 기업 대장주인 네이버의 1분기 영업이익은 28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 뒷걸음했다. 같은 기간 카카오게임즈도 22.9% 개선된 156억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시장 추정치(168억원)을 밑돌았다.
증권가에선 코로나19 백신 보급과 경제 회복 추세 등을 근거로 실적 추정치를 올려잡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경기민감업종의 경우, 하반기 이후 전방 수요 확대로 인한 업황 턴어라운드 가능성에 에너지, 디스플레이, 철강 업종 중심으로 이익 개선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정연 연구원은 "선진국 중심의 백신 보급 확산으로 경기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어, 이익 개선 기대감이 유지되고 있다"며 "연초 이후 매월 2~3%가량 전망치 상향 조정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 1분기 실적시즌은 코로나 기저효과에 따른 이익성장과 컨센서스를 상회한 실적을 모두가 예상하고 있는 만큼 이익 변수와 함께 밸류에이션 지표를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