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무부 "암호화폐 1만달러 이상 거래 시 신고 의무화"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중앙은행 주도의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본격 시사했다. 게다가 미국 재무부에선 1만달러 이상의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 시 국세청(IRS) 신고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히면서 향후 암호화폐 시장에 변화가 주목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0일(현지시간) 발표한 영상 메시지를 통해 연준이 자체 디지털 통화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올해 여름 안으로 연구 논문 발표를 비롯해 CBDC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우리 경제가 효과적으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달러뿐만 아니라 돈이 일상적으로 흐를 수 있도록 결제 네트워크, 은행, 기타 결제 서비스 제공업체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필요하다"라며 "미국 가계와 기업에 광범위한 혜택을 제공하는 동시에 혁신을 수용하는 안전하고 효율적인 결제 시스템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중국 등이 CBDC 발행에 적극 나선 데 반해, 연준은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 왔다. 앞서 파월 의장은 CBDC 발행과 관련해 시장을 가속화하기 보단, 재앙적인 실수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화폐가 어느 정도까지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세계의 기축통화로서 달러에 의존하는 국가와 사람들에게 합당한 방식으로 디지털 화폐기술이 사용되는지 확인하는 일도 그 중 하나"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디지털화폐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이어지고, 중국이 CBDC 발행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연준이 더욱 공격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자 연준도 향후 적극적인 행보를 취할 것이란 분석이다.
같은 날 미국 재무부는 파월 의장 성명에 앞서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를 꺼내들었다. 이날 재무부는 향후 1만달러 이상의 가상화폐 거래 시 IRS 신고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조세 강화 계획안에 따르면 미 정부는 앞으로 가상화폐 거래 시 탈세 등 위법행위를 엄중히 규제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암호화폐 시장이 하루 사이에도 30% 이상 급등·급락을 반복하면서, 일반 시민들의 피해가 잇따르자 미국 정부도 규제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또 랜섬웨어 결제에서 가상자산(암호화폐)이 이용되면서 최근 미국 주요 송유관 폐쇄를 일으킨 해킹의 단초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양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