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최대 3000억 증자계획···"IPO는 시기상조"
원앱전략으로 고객유치···"토스앱에서 은행업무"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토스뱅크가 금융당국으로부터 은행업 본인가를 획득하면서 이르면 오는 9월 인터넷전문은행 '삼국지 시대'가 본격 닻을 올린다.
이미 시장에 자리잡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토스뱅크는 토스가 보유한 2000만 고객의 금융·비금융데이터를 기반으로 1금융권에서 소외됐던 고객을 대거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토스뱅크가 제시한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 목표는 44%(2023년 말 기준)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9일 은행업 본인가 획득 후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계획을 밝히며 "기존에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은행이 아닌 다른 업권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아야 했던 고객들에게 1금융권 대출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스뱅크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 이어 국내에서 세 번째로 출범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이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지분 34%를 보유한 최대주주고, 하나은행·한화투자증권·이랜드월드·중소기업중앙회·제일은행·웰컴저축은행 등 다양한 경제단체와 리테일사, ICT업체 등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토스뱅크는 중·저신용자, 신파일러(금융이력·신용이 부족한 사람), 소상공인 등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챌린저뱅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차원의 신용평가모델(CSS)을 구축할 필요가 있었다는 게 토스뱅크의 설명이다. 신용카드 이용내역, 대출경험 등 금융이력 중심의 기존 신용평가모델로는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어려웠던 탓이다.
홍 대표는 "이제까지의 신용평가는 신용대출·카드 등 사용내역과 그에 따른 결과만을 봤는데, 여기에 구조적 모순이 있다고 봤다"며 "저희는 신용평가모델을 구축할 때 1금융권 경험 뿐만 아니라 전 업권의 금융데이터와 비금융데이터를 적극 수립했고, 기존의 신용시장에서 벗어난, 보다 자유로운 해석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이 신용평가모델을 기반으로 토스뱅크는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비중을 올해 말까지 35%, 내년과 2023년 말까지 각각 42%, 44%로 맞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확대에 따른 부실 우려 등에 대해서는 "단순하게 위험한 고객들을 도전적으로 받아서 목표치를 맞추겠다는 게 아니다"라며 "고객 관점의 신용평가모델을 통해 단순히 신용정보가 없어서 중·저신용자로 분류됐던 분들을 더 앞단의 고신용자로 변환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이라고 답했다.
토스뱅크는 또 별도의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지 않고 기존 토스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원앱' 전략을 구사하기로 했다. 토스의 2000만 고객을 토스뱅크 고객으로 손쉽게 끌어들일 수 있고, 고객 입장에서도 기존에 사용하던 토스 애플리케이션에서 바로 은행업무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토스뱅크의 원활한 성장이 가능하도록 향후 5년간 1조원을 목표로 연간 최대 3000억원의 증자를 계획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홍 대표는 "증자계획 자체는 5년간 1조, 매년 3000억원 정도로 보수적인 관점에서 준비를 하고 있다"며 "자본확충은 BIS비율 등 규제상으로 충분한 자본금을 확보하기 위한 것인데, 저희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상장 계획과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초기 사업이 끊임없이 운영되도록 기존 주주사들과 증자 부분에 대해 긴밀하게 협의할 거고, 그 과정에서의 대규모 자금조달도 열려있는 옵션"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