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KB손보·우리카드 등 젊은 세대 포함 희망퇴직 시행
"혜택 강화도 한몫···회사·직원 입장 맞아 점점 빨라질 것"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은행·보험·카드 등 금융권이 '몸집 줄이기'에 나선 가운데 금융사 '퇴직 시계'도 더 빨라지고 있다. 희망퇴직으로 역피라미드 인력구조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는 이전과 같지만 희망퇴직 신청 대상자 대열에 30대, 대리·주입급까지 합류하면서 대상군이 확대됐다.
젊은 직원들 일각에선 이를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직·전직·육아 등의 이유로 희망퇴직을 고민하는 직원에게 선택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은 오는 16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퇴직 신청 명단에는 1983년 이전 출생 직원들이 포함됐다. 올해 기준으로 만 38세에 해당하면 희망퇴직을 신청할 수 있다.
구체적인 희망퇴직 대상은 △근속 15년 이상이면서 1983년 이전 출생한 과장직무대리~주임 직급 △만 45세 이상이면서 근속 20년 이상 △임금피크제 진입 예정자 △임금피크제 진입자 또는 진입유예자 등이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전직·육아 등 다양한 이유로 퇴직을 고민하는 직원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자 대상을 확대했다"며 "아무래도 연계 조건으로 '근속 15년 이상'이 있다 보니 해당 연령층에는 남성보다는 여성직원이 많고, 실제로 육아 시간 확보 등을 이유로 퇴직을 고민하는 직원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우리카드는 분사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며 우리은행 시절부터 합쳐 '입사 후 10년 이상 재직 중'인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다만 책임자급 이상에게 신청을 받았고 구체적인 나이는 공개하지 않았다. KB국민카드는 만 40세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신청을 진행했다.
은행권에서도 대상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명예퇴직을 실시한 NH농협은행의 신청 대상 명단에는 1980년대생까지 포함됐다. NH농협은행 노조 관계자는 "1980년대생 중 실제 신청한 직원의 숫자는 굉장히 적다"며 "그래도 혹시 신청하고 싶은 직원들이 있을 수 있어 선택권을 주자는 취지로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인력 정체가 심한 금융권은 5년 전만 해도 희망퇴직 주대상자로 '40대·팀장급 이상'으로 설정했다. 2016년 NH농협은 임금피크제 대상자와 근속 10년차 이상 직원 중 만 40세 이상에게 희망퇴직을 받았다. SC제일은행은 근속 10년차 이상으로 만 49세 이상 팀장급과 만 50세 이상 부장급이 대상자였다. 미래에셋생명은 만 45세 이상, 신한생명은 20년 이상 근무한 48세 이상 직원이 해당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10년 전만 해도 금융권 인력구조가 20·30대가 적은 항아리형이라 주로 부장급 이상으로 퇴직 신청을 받고, 젊은 직원들한테는 신청을 받지 않았다"며 "최근엔 디지털이 금융사 숙명으로 자리 잡으면서, 전체 조직의 군살을 빼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혜택이 대폭 늘어난 것도 한 몫했다"며 "한 푼이라도 더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일 때 대상에 포함되면 나갈 수 있겠다는 직원과 회사 입장이 맞아떨어졌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