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 회장 "100년 이상 기업 도약 위해 새 역사 만들자" 당부
[서울파이낸스 이주현 기자] "사회와 선순환하며 100년 기업 되겠다." 1971년 현대그룹 계열사로 출발한 현대백화점그룹이 창립 50돌 기념 사사(社史)를 펴내고 '100년 이상 지속되는 기업'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하늘의 명을 깨닫는 나이인 '지천명(知天命)'을 맞아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미래 비전을 공개한 셈이다.
현대백화점그룹 전신은 1971년 6월15일 설립된 금강개발산업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이 6월15일을 창립기념일로 정한 이유다. 14일 현대백화점그룹은 "올 초 발표한 '비전 2030'을 지렛대 삼아 지속성장 기틀을 마련하는 한편, 사회와 선순환하며 공동 이익과 가치 창출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백화점그룹에 따르면, 정지선 회장은 이날 기념사를 통해 "우리 그룹의 50년 역사를 한 줄로 압축한다면 과감하고 열정적인 도전의 연속"이라며 "우리는 이제 반세기 동안 축적된 힘과 지혜를 바탕으로 100년 이상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새로운 역사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성장과 사회적 가치 추구가 선순환될 수 있도록 사회공헌과 상생협력 활동을 진정성있게 유지하면서 친환경 가치를 창출하고 공정한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자"며 임직원의 힘을 북돋웠다.
창립 첫해 매출이 8400만원이었던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20조원 매출을 거두며, 재계 순위(자산 기준) 21위로 성장했다. 재무구조도 안정적이다. 지난해 기준 현대백화점그룹 전체 부채 비율은 48.2%에 불과하다.
◇1975년 유통사업 뛰어들어 성장 토대 마련
현대그룹 임직원들의 급식과 작업복 지원 등을 맡은 회사 금강개발산업으로 출발한 현대백화점그룹은 1975년 서울 강남 개발과 연계된 유통 사업에 뛰어들면서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현대건설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짓는 대규모 아파트단지 내 상가 슈퍼마켓 운영권을 따낸 것이다.
1985년엔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을 열고 유통기업 토대를 세웠다. 당시 내세운 '문화 백화점 전략'은 물건만 팔지 않고 생활문화를 제안하는 곳으로 바꿔야 한다는 게 뼈대였다. 점포 안에 문화센터와 갤러리, 공연장 등을 선보인 건 국내 백화점 중 첫 시도였다. 이 전략은 '강남백화점 시대'를 열면서 업계 후발주자인 현대백화점을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1988년 문을 연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선 문화와 휴식을 접목한 '쇼핑 유토피아의 구현'이란 슬로건을 앞세워 손님을 모았다. 현대백화점은 압구정본점과 무역센터점을 연달아 성공시킨 덕분에 백화점 진출 3년여 만에 확실한 입지를 다졌다.
외환위기로 국내 백화점 업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던 1990년대 후반에도 현대백화점은 사업을 확장했다. 새 점포를 추가하고 인수합병(M&A)에 나서며 위기를 기회로 삼은 것이다. 1997년 현대백화점은 서울 강동구에 천호점을 열었고 1998년엔 부도 위기에 빠진 울산 주리원백화점과 서울 신촌 그레이스백화점을 사들여 각각 울산점과 신촌점으로 바꿨다.
2000년대 들어서도 미아점(2001년), 목동점(2002년), 중동점(2003년)을 새로 선보였다. 2001년엔 '황금알 낳는 거위'로 불리던 TV홈쇼핑 사업권을 따냈다. TV홈쇼핑 사업권 획득에 대해 현대백화점그룹은 "유통 빅3(롯데그룹,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 중 유일하게 정부 허가가 필요한 사업자로 선정되며, 대내외에 그룹의 역량을 다시 한 번 과시하게 된다"고 짚었다.
◇유통·패션·리빙 '3대 축' 포트폴리오 완성
2010년 현대백화점그룹은 '고객에게 가장 신뢰받는 기업'이 되겠다는 '비전 2020'을 내놓고 대규모 투자와 M&A를 통해 유통·패션·리빙(인테리어)을 3대 축으로 삼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유통을 뛰어넘어 '종합생활문화기업'을 목표로 사세도 키웠다.
유통 부문에선 현대백화점 킨텍스점(2010년)·대구점(2011년)·충청점(2012년)·디큐브시티(2015년)·판교점(2015년)을 차례로 열었고, 경기 김포시(2015년)와 인천 송도신도시(2016년)에 프리미엄아울렛을 선보였다.
2012년 한섬과 리바트(현 현대리바트)를 인수하며 패션·리빙(인테리어)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두 사업 모두 성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하고 인수 결정을 내렸다. 2017년 SK네트워크의 패션부문을 사들인 한섬은 디자인 차별화와 노세일 정책을 앞세워 한국의 대표적 패션기업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2018년 종합 건자재 기업 한화L&C(현 현대L&C)를 인수하며 리빙(인테리어) 부문 몸집을 불렸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도 힘을 기울인다. 2015년 현대렌탈케어를 세웠고, 이듬해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따냈다. 지난해 천연 화장품 원료 업체 SK바이오랜드(현 현대바이오랜드)를 인수하며 뷰티·헬스케어 사업 진출 기반을 닦았다. 올해 1월엔 복지서비스 기업 이지웰(현 현대이지웰)을 인수했다.
올해 2월 서울 여의도에 개장한 백화점 더현대 서울은 손님을 끌어 모으며 오프라인 유통의 희망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최초로 '리테일 테라피'(쇼핑을 통한 힐링) 개념을 적용한 더현대 서울 안에 실내 공원과 인공 폭포를 꾸미는 등 기존 백화점의 틀을 깬 공간 설계와 혁신적 매장 구성으로 흥행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2030년까지 매출 40조 달성···ESG 경영 강화
정지선 회장이 창립 50주년 기념사에서 언급한 100년 이상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현대백화점그룹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새로운 도전은 올 초 발표한 '비전 2030'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비전 2030은 현재 3대 핵심 사업인 유통·패션·리빙(인테리어)에, 뷰티·헬스케어·바이오·친환경을 추가해 오는 2030년까지 연매출 40조원을 거둔다는 게 뼈대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주력 사업의 환경 변화에 발맞춰 신규 투자와 M&A를 통해 중장기적 구조를 개선하면서 지속성장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통 부문은 백화점(아울렛)·TV홈쇼핑·면세점을 주축으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패션 부문은 새 브랜드 출시와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 확대, 라이프스타일 분야 진출 등을 계획 중이다. 그룹 내 제조·플랫폼 사업과 동반상승 효과가 예상되는 뷰티·헬스케어·바이오·친환경·고령친화 분야에 대한 투자와 M&A도 힘쓸 예정이다.
그동안 현대백화점그룹은 시대가 요구하는 사회공헌활동을 펼쳤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사회공헌활동은 "기업 규모가 커지면 종업원 공통의 것이요, 나아가 사회·국가의 것이라고 생각해야한다"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경영 철학에 따라 이뤄진다.
창립 초기 현대백화점그룹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빛이 되어주는 회사'를 핵심 가치로 삼아 공익사업을 벌였다. 2006년엔 현대백화점사회복지재단을 세우고 '파랑새를 찾아 희망을 찾아'란 슬로건에 맞춰 아동복지사업 위주로 사회공헌활동을 재편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사회공헌 모델은 지난해 국제연합(UN)의 '공식 의견서'(Written Statement)로 채택됐다. UN 공식 의견서는 54개 경제사회이사회 회원국이 모인 전체 회의에서 합의된 결과를 명문화한 것이다.
현대백화점그룹 사회공헌활동의 핵심은 '진정성'이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이 개장한 1985년부터 현재까지 세계패션그룹(FGI)과 함께 '사랑의 자선대바자'를 열어 수익금을 모두 소외계층 지원에 썼다. 2011년부터 새해 첫 업무를 봉사활동으로 시작하고, 순직 소방관(2009년)과 순직 경찰관(2011년) 유가족 지원활동을 이어왔다. 앞으로는 사회적 가치 창출 노력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ESG 경영 강화를 위해 최근 이사회 산하에 ESG 경영위원회를 설치했다. 대표이사 직속 ESG 전담 조직(ESG 추진 협의체)도 새로 꾸렸다. 현대백화점그룹 쪽은 "지속성장 가능한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며 미래 세대에는 희망을 제시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