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 타악기에 대해 궁금한 이야기들이 해소가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 타악기의 역할과 그 효과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타악기는 박자를 담당하면서 제2의 지휘자인 동시에 음악의 극적 포인트를 통해 그 곡의 효과와 캐릭터를 잘 표현해 낼 수 있는 악기인데요, 몇 가지 곡들을 통해 타악기 주자가 연주하는 악기와 곡의 그 쓰임에 대해 소개해드립니다.
◇ 차이코프스키 1812 서곡(Tchaikovsky - 1812 Overture)
러시아의 작곡가 표트르 차이코프스키의 관현악 작품이며 크게 3부의 띈 형태의 곡으로, 곡의 배경은 러시아와 나폴레옹간의 전쟁 이야기입니다. 나폴레옹은 유럽 정벌을 위해 전쟁을 계속 하며, 1812년 65만 프랑스 부대를 이끌고 러시아 모스크바로 진격하지만 결국에는 실패와 군대의 패배를 맞이합니다.
이는 나폴레옹의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져다 주는데요, 프랑스권 국가에서는 아주 달가워하지않는 음악으로 유명합니다. 이 곡이 다른 기악곡들과 비교해서 아주 특이한 점은 악기편성이 기존의 편성 이외에도 실제 대포 소리와 종 소리를 연주되게끔 만들어 졌다는 점입니다.
작곡 당시에 야외연주를 염두해 곡을 썼다고는 하는데, 이를 실현하기엔 많은 어려움이 있어 실제 오늘날 연주에서는 타악주자들이 대포는 큰북으로, 종소리는 튜블라 차임을 이용해 연주를 하고 있습니다. 대포소리(큰북소리)에 맞춰 프랑스군이 퇴각하며, 마지막 피날레의 클라이막스에 다다를때 대포의 연주와 함께 행해지는 종소리 연주는 러시아 국민의 승리를 자축하는 의미로 1882년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에서 첫 연주됐습니다.
◇ 베르디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ll trovatore) 중 대장간의 합창
또 소개해 드릴 곡은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Il trovatore)에 나오는 대장간의 합창입니다. 이탈리아의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가 작곡한 4막의 오페라로, '리골레토', '라 트라비아타'와 함께 그의 대표적인 3부작(La trilogia popolare) 중 한 작품입니다. 일 트로바토레는 중세의 음유시인이라는 뜻으로 (영어로는 The Troubadour) 오늘날 북미권에서 7번째로 많이 공연되고 있습니다.
2막의 Chi del gita 대장간의 합창은 병사들의 합창과 함께 우리 귀에 익숙해, 들으면 금방 "아! 이노래!" 할만한 곡입니다. 집시들이 아침이 밝아 일하러 나가면서 부르는 합창곡으로 일명 '대장간의 합창'(Anvil chorus)으로 익숙한 곡입니다. 앤빌(Anvil)은 모루라고 하는 실제 대장간에서 뜨거운 금속을 올려놓고 두드릴 때 쓰는 쇠로 된 대를 일컫는데, 실제 연주때는 그걸 사용할 수 없어, 타악 연주자들이 자동차 바퀴 휠 브레이크 드럼(Brake drum)을 공구 망치로 두드려서 연주합니다.
◇ 요한 슈트라우스2세 사냥 폴카(Auf der Jagd Polka Op.373)
오스트리아의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의 사냥 폴카는 굉장히 빠른 템포로 실제 사냥을 하듯 채찍질을 하며 달리고 엽총 소리가 등장하는 곡입니다. 사냥개에게 쫓기는 토끼와 달아나는 사슴, 엽총을 쏘며 말을 채찍질 해 달리는 사냥꾼의 모습 등을 음악으로 표현하며 다양한 효과음으로 생동감 있게 들려주죠.
사냥 폴카에는 실제 엽총 소리를 연주하게 돼 있어, 딱총이나 그런 소리를 낼 수 있는 악기(whip)를 사용하게 되는데 퍼포먼스나 실제 작곡가 의도를 반영하기 위해 안전에 기해 총을 쏘기도 합니다.
이러한 생동감 있는 음악들과 함께, 시작되는 무더위와 코로나 시국의 종식을 기원하는 6월을 보내시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