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7거래일 만에 1130원선이 깨졌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7원 넘게 빠졌는데, 이는 '리스크온(위험자산선호)' 심리가 재차 되살아난 영향이다. 미국과 한은의 미묘한 통화정책 기조 변화 흐름은 환율 약세 흐름에 힘을 보탰으며, 이 외에도 주요국 통화레벨의 변화, 국내 주식시장의 변화 흐름도 변동폭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7.2원 내린 1127.7원에 마감하면서, 전일 대비 낙폭으로는 0.64%를 기록했다. 7거래일 만에 1130원선이 깨진 것이다. 이날 환율은 전장 대비 2.4원 내린 1132.5원으로 시작해 오전부터 빠르게 낙폭을 키워갔다. 오후 들어 낙폭은 더욱 커졌고 장중 한 때에는 1126원대까지 내려갔다가 마감 시간 직전 소폭 오름세를 보이며 1127원 후반대로 마무리됐다.
환율이 낙폭을 키운 까닭은 주요국 통화레벨 변동과 함께 각국의 중앙은행 통화정책 기조 변화 등이 함께 맞물린 결과로, 위험자사선호 심리가 재차 살아난 탓이다. 특히 이날 환율 변화에는 지난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인프라 합의안 소식에 뉴욕증시 3대지수가 모두 반등했고, 이에 국내 주식시장도 최고치 경신을 기록한 영향도 있다.
아시아 시장에서 달러지수(달러인덱스)는 이날 외환시장 개장과 함께 91.8 후반대를 기록했으나, 오후 들어 91.7선으로 낙폭을 키우면서 달러 약세 흐름을 부추겼다. 동조화 및 프록시(대리) 현상이 강해진 위안화도 한 때 '리스크오프(위험자산회피)' 심리가 정점에 달할 때 6.5위안을 넘어설 것이란 기대도 있었으나, 최근 6.45위안대까지 되돌림이 발생했다.
주요국 통화정책의 기조 변화도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시장의 신뢰가 높은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인플레이션이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2%에 가까운 수준으로 둔화될 것이라고 얘기했는데, 이는 최근 물가 상승이 공급 병목현상과 경제회복에 따른 공급 부족 탓이라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같은 시각이다.
이에 반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연내 금리 인상을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으며,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 가운데 가장 빠른 움직임이다. 달러를 비롯해 엔화 등 기축통화국에서 통화정책 기조 변경이 가장 늦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면, 이는 원화 강세 재료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국내 증시가 사상 처음 3300선을 돌파한 것도 한 몫 거들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장 대비 16.74p(0.51%) 오른 3302.84로 나흘 연속 상승 마감했다. 장중 한 때 최고점은 3316.08까지 올라서면서 장중 기록도 갈아치웠다. 그간 코스피 상승 흐름에 외국인 역할이 크지 않아 주식시장 호조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에도 외국인은 2496억원어치를 사들이는 등 외국인 매수세가 추세적 흐름으로도 드러나자 환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급에서는 월말과 반기말 등이 함께 맞물려 있었지만, 거래량으로 많은 양이 출회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시장 분위기는 환율 레벨 하락에 네고(달러 매도)보다 결제수요(달러 매수)가 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분위기다.
이응주 DGB대구은행 차장은 "위안화 레벨, 미국 연준 및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 주식시장 호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리스크오프는 모두 되돌려졌다고 본다"라며 "향후 40원까지 다시 올라갈 재료는 없다고 보여지며, 이번 주말 이후 환율 방향성이 잡힐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방향은 약(弱)달러 흐름으로 가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