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통화 약세 평가 일러"···7월2일 美 비농업고용지수 발표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색채가 더욱 짙어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에도 미국 주요 인사들의 온건한 발언이 이어지자 글로벌 달러는 방향성이 혼재된 모습이다. 때문에 이번 주(28일~7월2일) 원·달러 환율은 제한적인 박스권 등락이 예상되며, 주중 후반 예정된 미국 고용지표가 초래할 변동성에 주목하고 있다.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전 11시45분 현재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2.5원 오른 1130.2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0.3원 오른 1128원으로 시작해 오전 장중 한 때 1131원 위로 올라서기도 했으나, 곧바로 상승폭을 되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글로벌 달러화가 추세적인 방향성을 아직 가져가지 못하면서 원·달러 환율도 움직임이 제한되는 모습이다.
이는 FOMC 회의 이후 일시적으로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이 나타났지만, 주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의 온건한 발언 및 한국은행의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 시사 등이 환율 상승 흐름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물가 상승은 일시적이라는 의견을 견지하고 있으며,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역시 하반기 들어 물가가 안정화될 것이라고 거들었다. 국내에선 이주열 한은 총재도 "연내 적절한 시점부터 통화정책을 정상화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면서 환율 하방 압력을 제한했다.
이처럼 중앙은행 통화정책 기조 변화 발언은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 리스크를 완화하고, '리스크온(위험자산선호)' 심리를 부추겼다. 또 1140원선까지 올라섰던 환율은 수출업체들의 네고(달러 매도) 매물 출현으로 막히면서 직전 거래일에는 하루 만에 7원 넘게 빠지는 등 되돌림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번주 원·달러 환율도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제한적인 박스권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연준이 FOMC 회의를 통해 향후 통화정책 정상화 초읽기에 나선 것은 분명하지만, 주류 인사들이 여전히 온건한 발언을 이어가면서 실물 경제지표가 모멘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이번 주 후반 미국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지표 중 하나로 꼽히는 비농업고용지수가 발표될 예정이다. 이달 고용지표가 전월(55만9000명)은 물론, 시장 컨센서스(67만5000명) 수준을 상회한다면 통화 긴축 흐름을 더욱 강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동조화(커플링) 현상이 강해진 위안화 흐름도 주목된다. 6월 FOMC 이후 연준의 조기 긴축 우려가 불거지면서 신흥국 통화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아직 추세적인 신흥국 통화의 약세 전환은 이르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특히 내달 1일 중국의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행사가 예정돼 있어, 중국 당국은 과도한 변동성이 나타나지 않도록 시장 관리에 나설 것으로 보이며, 이는 전반적인 리스크온 분위기를 지속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 외에도 미국·유로존·중국의 6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지표가 예정돼 있으며, 미국에선 6월 컨퍼런스보드(CB) 소비자신뢰지수, 주간 신규 실업수당청구건수, 실업률,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CPI) 등이 발표될 예정이다.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와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연설도 이번 주 후반 예정돼 있으나, ECB의 완화적 스탠스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글로벌 백신 접종 가속화, 선진국 주도 경기 개선에 따른 견조한 수출 호조 흐름이 지속되면서 원화 강세(환율 하락) 분위기에 우호적이다. 이달 1~20일 수출은 324억달러를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29.5%했다. 특히 △미국(41.3%) △유럽연합(48.8%) △베트남(34.8%) △일본(33%) △중동(17.9%) △중국(7.9%) 등 주요 수출국에 대한 수출 증가율이 늘면서 수요 개선에 대한 수혜도 기대된다.
국내 증시도 외국인 매수세가 추세적 흐름으로 드러나면서 사상 처음 3300선을 돌파했고, 반기 말 네고 물량이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마트가 3조4000억원을 투자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것도 수급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미국 이베이코리아의 지분 인수로 달러 수요가 유발되기 때문이다.
[다음은 이번주 원·달러 환율 향방에 대한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구체적인 코멘트]
▲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
파월 의장, 뉴욕 연은 총재 등 연준의 주류 인사들과 옐런 재무장관의 물가에 대한 온건한 발언이 FOMC의 충격을 다소 누그러뜨린 가운데 상대적으로 강했던 유로존 경제 지표, 주 후반 미국 인프라 투자에 대한 기대(바이든 대통령과 초당파 의원들의 1조2000억달러 규모의 투자안 합의) 등이 위험 선호를 자극하며 하락 압력을 받았다. 또 리스크온 분위기에 브라질 헤알, 남아공 랜드 등도 신흥 통화 랠리를 이어갔다.
이번 주 글로벌 환시는 주 후반 미국 고용 지표에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조심스러운 위험자산선호와 약(弱)달러 압력이 예상된다. 인플레이션 공포가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던 미국 연준 관계자들의 발언은 연준 내 주류 인사들의 온건한 발언을 확인한 만큼 영향력이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금요일 밤 발표될 미국 비농업부문 고용이 되레 너무 가파르게 개선될 경우 연준 긴축 기대를 자극하며 위험선호를 훼손시킬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은 위험선호와 긍정적일 6월 수출입 지표 확인, 반기말을 맞이한 네고 소화, 매파적 한은 인식 속에 하락 우호적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난주 개인들의 직접 해외주식 매매가 순매수로 전환하는 등 해외 투자 관련 수요와 미국 고용지표 경계감 등에 하방 지지력을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 : 1115 ~ 1140원
중국의 위안화 강세 속도 조절과 6월 FOMC 이후 달러 지수의 견조한 흐름에 원화 가치는 주요 신흥국 통화 중에서도 하락폭 상위를 기록했다.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경계감에 달러 지수는 견조한 지지력을 확인하고 있으며, 주중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오는 2022년 말 첫 금리 인상을 예상한다며 매파적인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경기 펀더멘털과 달러 유동성 수준을 보면 아직 추세적으로 신흥국 통화 약세로 전환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연초 이후 중국 제조업 PMI는 확장 국면인 50선 위에 머무르고 있으나, 선진국과 비교해 개선세는 더딘 상황이다. 때문에 연초 이후 두드러진 신흥국 통화가치 강세는 중국발 모멘텀이 아닌 글로벌 경기와 연동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서 지난 2013년에는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주도의 경기 회복이 나타났지만, 신흥국향 낙수효과는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백신 접종 가속화, 선진국 주도 경기 개선에 따른 신흥국 수출 호조로도 이어지면서 수요 개선에 대한 수혜를 누리고 있다. 이같은 흐름을 고려할 때 이머징(신흥국) 통화가 추세적인 약세로 전환했다고 보기에는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