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4300억 분쟁규모 커···항소 가능성 높아"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삼성생명이 4300억대 즉시연금 미지지급 소송에서 패소했다.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교보생명에 이은 네번째 패소다. 국내 생명보험사를 상대로 제기된 즉시연금 미지급금 분쟁 중 가장 큰 규모인 만큼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이 항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삼성생명도 이번 판결문을 검토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21일 보험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 재판부(부장판사 이관용)는 삼성생명 즉시연금 미지금급 소송 1심 선고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소송 제기 이후 약 3년만이다.
즉시연금보험 관련 소송은 지난 2018년 10월 시작됐다. 당초 지난해 10월 23일 변론을 종결하고 올해 3월 10일 선고할 예정이었는데 법원 인사 등 내부사정으로 변론공판이 길어졌다. 이후 변론이 재기됐고 지난달 12번째 변론기일을 끝으로 소송판결 전 즉시연금 미지급금 반환 청구 소송에 대한 변론은 종결됐다.
즉시연금은 목돈을 한번에 보험료로 내면 곧바로 보험료 운용수익 일부를 매달 생활연금으로 주고 만기시 원금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연금 형식으로 지급되다가 만기가 돌아오면 보험료 전액을 돌려주는 상품으로 인식됐는데, 보험사들이 연금월액 일부를 만기환급금을 위해 공제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삼성생명 즉시연금 상품 가입자들은 매달 받는 연금 수령액이 약관 가입안내서에 설명된 연금액보다 적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생명이 공제 근거로 제시한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는 약관으로 볼 수 없고, 가입자들이 실제로 받은 약관에는 사업비 등 일정 금액을 떼고 매월 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앞서 진행된 변론 과정에서의 쟁점도 '적립액 차감' 약관으로 모아졌다. 소비자 측은 적립액 차감이 약관에 명시돼 있지 않고 판매 당시에도 예금 대체수단으로 홍보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삼성생명은 가입자들이 가입설계서와 약관을 통해 관련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교보·미래에셋·동양·농협생명의 즉시연금 소송에서도 해당 약관을 명시했느냐가 중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상품 약관에 '가입 후 5년 동안 연금월액을 적도록 해 5년 후 적립액이 보험료와 같도록 한다'는 내용을 기재한 농협생명만 유일하게 승소했다.
법원은 같은 논리로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교보생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판결에서는 소비자의 손을 들어줬다. 이들 보험사가 1심 패소 판결 이후 항소를 제기한 만큼 삼성생명도 항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관련 업계의 전망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의 분쟁 보험금 규모가 워낙 크고, 서류에도 공제 관련 내용이 있어 조금 더 따져봐야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며 "다른 보험사들도 항소를 진행했기 때문에 (삼성생명의) 항소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고 전망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항소 여부에 대해 "판결문 수령 이후 이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