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절하→수출 증대→우리 대중 중간재 수출↑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최근 중국이 코로나19와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완화 정책에 따른 충격은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을 증가시키고, 나아가 중장기적으로는 무역수지를 개선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10일 'BOK이슈노트'에 실린 '중국 통화정책 변화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먼저 최근의 중국 통화정책을 살펴보면 중국인민은행은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경기 둔화 및 미·중 무역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선별적인 유동성 공급수단을 도입하는 등 완화적인 통화정책에 나서고 있다.
중국인민은행은 단일 대표 정책금리를 운용하기보다는 다양한 장단기 금리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용해 금리 파급경로를 시계별로 세분화하고 있다. 저신용 중소·민영기업에 대한 신용공급 확대를 통해 선별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환율안정 목적으로도 통화정책 수단을 활용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의 경제 위기 상황에서 중국은 직접적으로 금리 조정에 나서는 대신, 지불준비금 정책의 활용도를 더욱 높여왔다. 이같은 중국 통화정책의 변화는 우리 경제에 상당한 파급력을 불러올 것으로 한은은 전망했다.
이에 한은이 VAR모형을 통해 중국 통화정책 완화 충격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 결과, 중국 통화정책 완화 충격(환매조건부채권 금리 하락)은 무역경로 중 수직적 무역통합 경로를 통해 우리 대중 수출을 증대시킬 것으로 분석했다.
가장 크게는 무역 부문에서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부문의 중간재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내 중간재는 무려 73.2%를 차지하고 있어 중국 통화정책의 완화 충격이 수직적 무역통합 경로를 통해 강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수직적 무역통합 경로로 보면 중국 통화정책의 완화는 위안화를 떨어뜨리고, 중국의 대선진국 수출을 증가시킨다. 이는 곧 우리나라가 중국 경제로의 중간재 수출을 늘리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조유정 한은 경제연구원 국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지출전환 효과로 세계 주요국 통화정책 완화 충격은 일반적으로 주변국 통화가치 절상을 가져와 무역수지를 악화시키는 '근린궁핍화' 효과를 가져온다"라면서도 "하지만 중국 위안화 절하 시 중국의 수출이 늘어나는데, 중국에선 우리나라의 중간재 수입 수요가 함께 증가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무역 흐름과는 다른 수직적 무역 통합효과가 크게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지출전환 경로 및 소득수요 경로는 유의성이 약하거나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평가했다. 중국의 통화정책 완화는 원화를 절상시키고 한국 수출품 가격을 올려 수출품의 경쟁력을 악화시키거나, 중국 내 수입 수요를 증대시켜 우리나라의 최종재 수출을 늘려야 한다. 하지만 연구 결과, 이같은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조 부연구위원은 "중국이 내수 중심의 성장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최종재 수출재 비중이 커지게 되고 소득 수요 경로의 강화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면서 "단기적으로는 환율에 의해 원화가 절상되기 때문에 수출이 감소할 수 있지만, 대중 수출로 볼 때에는 지출전환 효과는 크지 않아 우리나라의 총수출은 중장기적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중국의 통화정책 완화는 글로벌 투자자금 흐름 재조정, 환율 및 금리차 변동 등을 통해 우리나라 금리·주가·물가 등에도 유의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중국 투자자금의 통화가치 절상은 자산 수익률이 높은 우리나라로 유입되면서 금리를 하락시킨다. 이런 금리 하락은 기업들의 미래 수익의 현재가치를 높이기 때문에 글로벌 투자자금이 국내 주식시장으로 유입돼 주가를 상승시킨다.
이와 함께 중국의 원유·원자재 수요 증가에 따라 글로벌 원자재 가격도 상승하게 되고, 이는 국내물가 상승 압력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조 부연구위원은 "중국 내 소비·투자 확대로 우리 대중 최종재 수출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무역경로 중 소득수요 경로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한·중 간 금융연계성이 심화되면서 중국 경기 변동 및 투자자금 흐름 변화가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