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가계대출 관리' 주문에 금리 상승세 제동 걸릴 수도"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저축은행업계가 잇따라 정기예금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간신히 1%대로 올라선 것과 달리 저축은행에서는 2%대 상품이 부쩍 늘었다. 한국은행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됨에 따라 수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이런 수신금리 상승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전자의 경우엔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저축은행들이 인상 행렬에 동참할 것이라고 보는 반면, 후자는 '가계부채 관리'를 주문하는 당국의 경고로 대출 실탄을 확보하기 위해 올렸던 금리를 조정할 것이란 분석에 근거한다.
12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2.11%다. 2019년 12월(연 2.1%) 이후 꾸준히 내리막을 걷던 저축은행의 예금금리는 지난 6월(1.78%)에 상승세로 전환한 데 이어 두 달 만에 0.33%포인트(p)나 뛰었다. 같은 기간 2년 만기는 연 2.14%, 3년 만기는 연 2.17%를 기록 중이다.
최근 저축은행들은 앞다퉈 금리를 상향 조정하는 추세다. 이달 들어 정기예금의 금리를 올린 곳만 30여 곳이다.
1년 만기 기준으로 스마트저축은행은 정기예금 이자로 연 2.52%를 주고 있으며, OK저축은행도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연 2.0%까지 인상했다. 나머지 저축은행들도 상품별로 전략을 달리하고 있으나, 자사의 예금금리를 일제히 높였다.
이처럼 저축은행들이 금리 인상에 나선 배경은 다양하다. 풍부한 유동성 속 시중 자금을 끌어오려는 움직임에다 기준금리 인상에 앞서 선제적으로 수신금리를 조정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지난 6월 연내 기준금리 인상 의지를 밝힌 한은은 인상 시기를 두고 고심 중이다. 이르면 이달이나 10월에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한은의 금리인상 시사가 시장금리에 선반영됐다는 얘기다. 금리 인상 움직임이 확산됨에 따라 나머지 저축은행들도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커졌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게 예금밖에 없는데, 향후 수신 경쟁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예금금리를 올려야 한다"면서 "타사가 올릴 때 같이 올리면 사실상 효과가 없다는 점에서 선제적으로 금리를 상향 조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축은행들의 수신금리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통상적으로 금리를 올리면 이자 비용을 메우기 위한 대출 확대로 이어지는데, 최근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을 향해 가계부채 관리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금리 인상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예금금리를 높이는 것은 늘어나는 대출에 대비하려는 일종의 '실탄 마련' 작업으로, 당국에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조절하라고 하는 상황에서 금리 상승세가 지속되긴 어렵다"며 "그간 급증한 대출 수요에 따라 금리를 많이 올린 상황이기 때문에 조만간 예대율 관리에 돌입하는 곳들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