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환율전망] 치솟는 환율 속 '슈퍼위크'···리스크오프 해소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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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홀 미팅·한은 금통위 회의 등 앞두고 환시 박스권 전망
"경제회복 충분히 드러났다" vs "델타 변이 우려 여전" 팽팽
23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현황판에는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3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현황판에는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통화 긴축 우려 속 글로벌 강(强)달러가 지속되는 가운데 이번 주 원·달러 환율은 2주가량 연일 급등세를 이어간 피로감에 일부 소강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특히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잭슨홀 미팅 등 주중 끝으로 몰려 있는 '빅 이벤트'들을 앞두고 방향성을 탐색하는 변동성 장세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전 10시 기준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거래일 종가보다 5.7원 내린 달러당 1173.9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환율은 지난 주말 '리스크오프(위험자산회피)' 심리가 다소 완화되면서 전거래일 대비 3.6원 갭다운 출발한 1176.0원으로 출발했다. 개장 직후 위험자산선호 심리가 되살아나는 듯 1177원선까지 회복했으나, 이후 오전 중으로는 낙폭을 재차 키우며 1173~1174원을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주 환율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본격화 우려에 연일 최고점을 경신해왔다. 이달 초만 하더라도 원·달러 환율은 1142~1143원을 오르내렸으나 지난주 들어 1170원선으로 올라섰으며, 전거래일인 20일에는 장중 연고점인 1181.1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9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서기도 했다.

달러화는 글로벌 델타 변이에 따른 안전자산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미국 달러화, 일본 엔화, 프랑스 프랑화 등의 세계 주요국 기축통화를 기점으로 강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주 공개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이 올해 안에 테이퍼링을 시작한다는 것에 의견을 모으고 관련된 논의를 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기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는 불식시키면서도 곧 통화 긴축에 나설 것이란 신호는 분명했다.

다만 이번 주 원·달러 환율은 제한적인 박스권 등락을 보일 전망이다. 통화 긴축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선반영되면서 이미 2주가량 급등세를 이어온 데 따라 피로감이 있다. 또 주중 끝으로 글로벌한 이슈들이 예정돼 있어 공격적인 플레이에 따른 추가적인 상승 흐름보단 눈치보기 장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환시에선 잭슨홀 심포지엄에 모든 이목이 쏠려 있다.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의 연례 행사인 잭슨홀 미팅은 연준과 40여개국 중앙은행 총재 등이 참여하는 글로벌 경제·통화정책 학술 토론회다. 오는 26~28일 진행되는 회의를 통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내놓는 테이퍼링에 대한 언급 정도에 따라 세계 글로벌 금융시장은 요동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세계 각국 중앙은행 움직임들을 고려할 때 그간 양적완화로 경기 회복을 방어했지만, 앞으로는 통화량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파월 의장은 그간 강조해 온 고용회복의 가시화, 경기회복의 불균등 등을 내세우며 완화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카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도 델타 변이 영향에 본인의 '빠른 테이퍼링 요청' 기조를 조정할 수 있다고 언급하는 등 시장 내에선 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경제둔화 가능성에 대해 재고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미 국내 금융시장에 테이퍼링 리스크가 선반영됐다는 점에서 잭슨홀 미팅의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뉴욕유가도 경기둔화 관측 속 원유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판단에 하락 마감했다"면서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여전한 모습이지만, 시장은 주중 예정된 잭슨홀 심포지엄을 앞두고 경계감을 키우면서 공격적인 딜을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26일 예정된 한은 금통위 회의도 예상하기 어려운 변수다. 이날 관세청 발표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통관기준 잠정치)이 322억달러를 기록하면서 1년 전과 비교해 40.9% 증가했다. 3개월 연속 30% 수출 증가율은 물론 이달에도 사상 최대 수출액 기록이 가시화되면서 경제 성장 흐름은 견조하게 나타날 전망이다. 반대로 코로나19 악재는 여전하다. 델타 변이 확산으로 코로나19 확진자수는 48일째 네 자릿수를 이어갔으며, 코로나19 공포감에 지난주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에서 1조6000억원어치를 팔아치우는 등 '셀코리아(한국 주식 매도)' 행렬을 이어갔다.

업계에선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두고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다. 코로나19 상황에도 가계부채 누증과 물가상승률, 급격한 원화 약세 등을 고려할 때 시장을 조여야 한다는 의견과 '4차 대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으로 실물경제 타격, 가계 이자부담 등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 외에도 국내에선 소비자동향조사, 2분기 가계신용,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수정 경제전망 등이 주중 발표될 예정이며, 대외적으로는 미국 구매관리자지수(PMI), 2분기 경제성장률(GDP),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등의 경제 지표가 발표될 예정이다.

[다음은 이번 주 원·달러 환율 향방에 대한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구체적인 코멘트]

▲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테이퍼링 리스크가 국내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주 개최될 잭슨홀 미팅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이미 국내 금융시장 내 리스크가 선반영됐다는 점에서 미팅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지만, 미팅을 전후로 달러화 추가 강세 혹은 국내 증시 조정 폭 확대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물론 신흥국(이머징) 신용리스크를 대변하는 JP모건의 EMBI 스프레드가 크게 상승하지 않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국내 외호나 및 주식시장 등 금융시장이 다소 테이퍼링 이슈에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즉, 원·달러 환율이 오버슈팅 영역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테이퍼링 이슈 및 중국 경기 리스크, 국내 코로나19 상황 등이 환율의 추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추가 상승폭은 여전히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다.

▲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 1165~1179원

최근 두드러진 원화 약세에는 한국 반도체 경기 둔화 우려, 코로나19 상황 악화가 주효했다고 판단된다.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가 단기간 내 해소될 이슈는 아니지만, 유독 다른 신흥국 통화와 비교해 원화 약세가 두드러진 점은 주식 수급과 연동돼 업황 둔화 우려를 다소 강하게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리스크 지표 추이, 여타 이머징 통화 흐름을 볼 때 나홀로 약세가 추세적으로 움직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문제는 여전히 코로나 확진 추이와 백신 접종 속도가 금융시장의 주요 변수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최근 22개 국가를 대상으로 지난 6~7월 제조업 PMI의 평균과 백신접종률을 그려보면 백신접종률이 높을수록 경제 지표도 견조한 흐름이 관찰됐다. 한국의 일일 신규 확진자수가 2000명대에 육박하고 있다는 점과 백신 접종 속도가 다른 국가와 비교해 더딘 점은 당분간 현 수준의 원화 약세 압력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다만 1180원은 연간 밴드의 상단 수준으로, 이에 육박한 현재 레벨은 반도체 경기, 국내 주식 수급 및 코로나 확산세를 모두 반영한 오버 슈팅 레벨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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