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한화생명 등 스타트업 적극 육성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보험사들이 스타트업과의 협력 강화에 나섰다. 신(新)성장 동력 확보와 빅테크 대응 차원에서 스타트업·벤처·플랫폼에 투자하고 함께 사업 모델까지 구축하는 '위드 스타트업' 시대가 열린 것이다. 스타트업의 가장 큰 특징인 '혁신'과 '문제해결' 능력을 활용해 상생 방안을 찾고 새로운 미래 전략을 짜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2일 DB손해보험은 한국생산성본부와 함께 교통·환경 분야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소셜 벤처 프로그램에서 총 5개 팀을 최종 선발했다고 밝혔다. 교통 분야에서 뽑힌 두 곳 모두 '안전예방서비스' 제공에 특화됐다. 인공지능(AI) 기반의 통합 도로정보·교통안전 솔루션 기업 모바휠과 비대면 음주 체온 측정 시스템을 통한 음주사고 예방 솔루션 기업 인피아이가 그 주인공이다.
최근 보험업계에서는 리스크 보장을 넘어 예방하는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위험완화는 손해율 관리가 중요한 손보사의 주된 관심사다.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DB손해보험 입장에서는 안전예방서비스에 관심이 클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앞서 DB손보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한 '대-스타 (대기업-스타트업) 해결사 플랫폼 제3탄-자율주행, 바이오'에 참여해 스타트업에게 '비대면 정신건강 상담 및 치료서비스'라는 과제를 출제하기도 했다. 정신 건강관리가 필요한 사용자와 의료서비스 제공자를 빠르게 매칭하는 상담 예약 서비스와 비대면 치료서비스 제공이 과제의 핵심인데 이는 보험사 미래 먹거리 중 하나인 '헬스케어'와 이어지는 주제다.
삼성생명·삼성화재는 삼성 전 금융계열사가 참여하는 '오픈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9월에 열리는 발표회를 거쳐 최종 우승한 4개 팀에게는 아이디어에 대한 사업화가 이뤄진다. 본선 진출 스타트업 중 일부에 대해서는 별도의 심사를 거쳐 지분투자도 검토할 계획이다.
삼성생명은 헬스케어에서, 삼성화재는 디지털 기술 분야에서 다수의 스타트업을 선정했다. 본선까지 삼성생명의 선택을 받은 스타트업은 △투비콘(의료 데이터를 활용한 질병 예측 및 보험심사 지원 솔루션) △스마트디아그노시스(스마트폰을 활용한 홍채기반 스트레스 측정 및 건강관리) △에이슬립(비접촉 생체신호 모니터링 기반 AI 수면 관리 서비스) 등 3개사다.
삼성화재는 △라이언로켓(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텍스트를 동영상으로 변환) △그레이드헬스체인(의료, 투약정보 등을 활용한 건강등급 평가) △맛앤멋(스마트폰 액정화면의 파손여부 등을 인식하는 기술) 등 3개사를 선정했다.
현대해상도 올해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펀드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간접투자를 진행했다면 올해는 핀테크, 인슈어테크, 헬스케어 등 스타트업에 직접투자하고 다양한 협업 기회도 모색한다. 투자를 넘어 내부적인 디지털 경쟁력 강화 전략인 셈이다.
앞서 현대해상은 보맵에 전략적 투자도 단행했다. 서빙로봇 보험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보맵의 법인보험대리점(GA) '보맵프렌즈'를 통한 어린이보험 판매 관련 제휴도 맺었다. 어린이보험의 전통적 강자인 현대해상은 보맵 채널을 활용해 시장 장악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 보맵과 인공지능(AI) 서빙로봇 전용보험을 개발·판매해 그간 국내 시장에서는 보장이 어려웠던 로봇 분야 보험에도 진출했다.
교보생명도 스타트업 발굴·육성에 적극적이다. 교보생명은 개방형 혁신 플랫폼인 '이노스테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3기 모집에는 키즈케어 스타트업이 강세를 보였다. 최종 선발된 5개사 중 생애주기 맞춤 홈트레이닝 플랫폼 '더패밀리랩', 임신 주차별 맞춤형 정보 및 선물 큐레이션 앱 '빌리지베이비', 키즈 액티비티 플랫폼 '애기야가자' 등 3개사가 키즈 헬스케어 분야에서 나왔다.
한화생명은 조직개편을 통해 디지털 기반의 신사업 영역 발굴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스타트업에게 사무공간 등을 지원하는 오픈 이노베이션과 드림플러스 등을 활용해 사내 독립 기업 조직을 적극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초기에는 핀테크와 빅데이트 중심으로 접근했다면 최근에는 헬스케어와 블록체인을 새로운 테마로 삼고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보험사들의 스타트업 협업 방식이 단순 투자에서 신사업 계획으로 변하고 있다"며 "스타트업과 협업하는 분위기는 계속 이어질텐데 결국 보험사들이 어떤 스타트업과 함께 할 것이냐를 선택할 때는 자사의 미래 전략, 사업계획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