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풍취가 제법 감돌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단풍이 울긋불긋해지고 낙엽이 떨어지고 좋은 책과 따뜻한 커피 한잔이 어울리는 계절에 리스트의 음악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피아노의 파가니니, 교향시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리스트(Franz(Ferenc) Liszt, 1811~1886, 헝가리)는 아마추어 음악가였던 아버지 덕분에 일찍이 피아노를 배우며 대단한 재능을 보였고, 헝가리 집시음악과 교회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자랐습니다. 리스트는 체르니(피아노 배울때 항상 배우는 에튀드 교본 작곡자)밑에서 레슨을 받고 베토벤을 만나서 연주도 하면서 신동으로 극찬을 받습니다. 중간에 신경쇠약증으로 신부님이 되려고 했던 적도 있지만, 베를리오즈와 파가니니, 쇼팽은 그의 재능을 낭비하지 말라며 계속 음악을 하게끔 도움을 주게됩니다. 리스트는 피아노 안에 오케스트라의 웅장함을 담으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그러다 보니 기교의 수준이 너무 높아져 아무나 연주하기 어려울 지경이 되었습니다. 연주자의 삶을 살던 리스트는 로마로 건너가 종교음악에 빠지게되고, 결국 성직자가 되는데요. 그 와중에도 틈틈이 피아노 수업을 하며 후진양성에도 힘을 쏟다가 나이가 들어 폐렴에 걸려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그는 음악계의 '최초'라는 여러가지의 업적들을 만들었는데요. 먼저, 지금의 독주회 개념인 최초의 피아노 독주회를 만든 연주자이자 작곡가이며, 아이돌 팬덤의 시초였던 연주자로 평가됩니다. 그의 연주를 보기위해 어디를 가던 팬들이 항상 따라다니고 그의 엄청난 쇼맨십 연주를 보다가 기절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합니다. 당시의 무대는 피아노가 관객을 등진 채 놓여 있어서 관객들이 피아니스트가 연주할 때의 표정이나 제스처를 전혀 보지 못하고 뒷모습만 바라보는 구도였는데 리스트는 자신의 날렵한 콧날을 자랑하며 얼굴 옆선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싶어, 결국 피아노의 방향을 옆으로 놓는 파격을 자행합니다. 그리하여 리스트는 자신의 매력적인 옆선과 재빠른 손놀림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게 됩니다. 지금은 당연한 모습이지만 그때까지는 그 누구도 시도한 적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피아노 뚜껑도 관객을 향해 열어서 소리가 관객에게 더 잘 전달되도록 했어요. 이러한 리스트의 파격적인 시도는 전통으로 남아 오늘날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죠. 또한, 그는 모든 클래식 작곡가들을 통틀어 가장 많은 여성팬을 보유했던 사람으로 기록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그때의 팬클럽을 리스토마니아 라고 칭했다고하는데, 그러할 것이 당시 베토벤 신장이 162cm, 쇼팽이 170cm이었던거에 비해 리스트는 185cm 에 훤칠한 체형의 미남이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곡 가운데 가장 유명하면서도 가을과 잘 어울리는 피아노곡을 추천드립니다. "사랑의 꿈" Ab Major 작품번호64 로 독일의 혁명 시인 프라이리그라트의 서정시 '오, 사랑이여'의 한 편에 곡을 붙인 후 유명해진 곡으로 그 중의 3번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를 편곡한 곡입니다. ‘사랑의 꿈’이라는 부제로 널리 알려지면서 큰 인기를 누린 곡으로, 아름답고 감미로운 선율이 돋보이는 잔잔한 피아노 음색의 매력을 느껴볼 수 있습니다.
리스트의 곡 제목처럼 이번 가을은 나를 사랑하고 주변을 사랑하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