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16일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내년 3월까지 연장한 것에 대해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고 답했다.
고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5대 금융협회장과의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코로나 대출 만기연장뿐 아니라 가계부채 관리 등 모든 문제는 경제 측면에서 보고 결정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음은 고승범 금융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오늘 금융협회장들과 어떤 얘기가 오갔나?
△오늘 협회장들하고 처음 만나서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부분에 대해서 6개월 연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지난주에 중소기업 소상공인 간담회를 먼저 했고, 그때 여행·숙박·외식업계 사람들이 어려움을 호소했다. 당초에 이자 상환 유예 부분에 대해서 걱정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난주에 5대 금융지주 회장을 만났을 때 악화된 코로나19 사태와 이자상환 유예 부분이 관리 불가능한 수준이 아니라는 점에서 연장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나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질서 있는 정상화를 같이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상환이 가능한 차주에 대해서는 연착륙 방안을 마련해서 지원을 하고 있고, 그걸 더 강화할 예정이다. 상환 애로를 겪는 차주에 대해서는 은행들의 프리워크아웃 제도와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 제도를 더욱 활성화하는 등의 제도 개선을 할 예정이다.
그리고 자산관리공사 캠코에서의 부실채권을 인수하고,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신보 등을 중심으로 4조원 유동성 공급도 계획대로 추진할 생각이다. 부실 문제에 대해서는 은행들이 잘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내년 3월에는 정상적으로 프로그램이 종료되고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겠다.
-카드 사용액이랑 휴·폐업 여부로 위험도를 평가한다고 했는데, 금융권 내에서 공유가 원활하게 되고 있는지?
△각자 하고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공유를 강화해나가겠다.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가 이뤄졌나?
△빅테크·핀테크와 금융 산업 간의 관계는 굉장히 중요한 이슈다. 빅테크·핀테크의 발전이 중요하고, 그동안 경쟁이나 혁신을 촉진한 측면이 있다. 다만 동일 기능, 동일 규제에 대해서 말했던 거는 금융 안정 차원에서, 금융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한 것이다. 핀테크의 육성, 그리고 금융 혁신이 중요하다는 금융위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앞으로 빅테크·핀테크, 그리고 금융산업이 어떻게 서로 협업하고 공존하면서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방안을 논의했다.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과 예대율 규제를 한다고 했는데, 기간만 연장하는 건지?
△기간만 그대로 연장한다.
-정부에서 주택 공급을 통해 부동산 시장 안정을 취한다고 하는데, 금융위의 가계부채 총량 규제 때문에 중도금 대출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내집 마련을 할 수 없다.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이 있는지?
△가계부채 관리는 강화하되 실수요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실수요자 보호 관련해서 집단 대출 문제, 전세 대출, 정책 모기지 등이 많이 늘고 있는데 이 부분이 모두 실수요와 관련된 대출이다. 실수요자 대출과 관련해서 어떻게 해나가야 될지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계속 고민을 할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내일까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항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금감원과 충분히 소통을 했는지?
△항소 여부 결정은 금감원에서 할 것인데, 금감원이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존중할 것이다.
-내부통제 개선안에 대해서는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
△오늘 내부통제 개선에 대해서 자세하게 얘기를 나누진 않았다. 협회에서 관련 건의사항을 전달해줬고, 내부통제 개선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 면밀하게 여러 사항에 대해 검토하고, 이 과정에서 협회 등 금융업계, 금감원과도 소통할 예정이다.
-빅테크의 고리 수수료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러 가지 검토가 필요하다. 앞으로 합리적으로 볼 것이고, 빅테크·핀테크와 금융산업 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검토하겠다.
-이번 코로나 금융지원 연장이 내년 대선을 의식한 포석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정치적인 고려는 없었다. 모든 문제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고 결정한 것이다. 우리 금융 시스템이 불안정해지는 것을 막는 것이 금융위원장의 일차적인 소임이기 때문에 저는 그 일을 강력하게 추진을 하는 것이고, 보완 방안을 만들더라도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이 될 것이다. 어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가계부채 저승사자'라는 별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이 있었는데, 현 상황에서 금융위원장의 역할을 강조하는 별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