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 시장 경색 단기간에 풀기엔 어려워"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우수 대부업자들이 제1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물꼬를 트면서 그간 신용도가 낮아 '대출 절벽'에 내몰렸던 중·저신용자들에게 단비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은행권에서 우수 대부업체에 차입을 허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낮아진 조달비용만큼 저신용자 대출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다만 일각에선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부정적 시각도 관측된다.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빌릴 수 있는 업체 자체가 적은 데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 전후로 높아진 대다수 대부업체의 대출 문턱이 낮아지긴 어려운 상태라는 것이다. 서민들의 대출 절벽 해소·이자부담 경감을 위한 업계의 움직임이 이어질지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달린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최근 아프로파이낸셜대부에 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대출해 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 당국이 지난 8월 우수 대부업체에 한해 은행으로부터의 자금 조달길을 열어준 지 약 두 달 만이다.
그동안 은행들은 내규에 의해 자체적으로 대부업 대출을 제한해 왔으나, 금융 당국의 주문에 따라 서민금융 우수 대부업자에 한해선 일률적인 금지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내용으로 내규를 수정했다. 저축은행이나 캐피탈 등 제2금융권으로만 한정된 대부업계의 자금조달 창구가 넓어진 셈이다.
은행권의 심사를 통과하는 곳은 지금보다 낮은 금리로 돈을 끌어올 수 있게 된다. 당국의 검증을 거쳐 이런 인센티브가 주어진 서민금융 우수 대부업자는 △아프로파이낸셜대부 △리드코프 △태강대부 △에이원대부캐피탈 △바로크레디트대부 △밀리언캐쉬대부 등 21곳이다.
하나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들은 현재 이들 중 대출을 요청한 곳을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 중이다. 심사 진행 상황이나 기준 등 구체적인 정보를 밝힐 순 없으나, 특별한 결격 사유만 없다면 대출이 나갈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당초 당국의 '대부업 프리미어리그'와 관련 난색을 표하던 것과 달리 최근엔 대부업체에 대한 색안경도 벗어내는 분위기다.
한 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서민금융 우수 대부업체를 한번 걸러준 만큼 건전성 등을 심사하는 과정은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면서 "현재 3~4곳을 중심으로 심사를 진행 중인데, 특별한 문제가 없는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대부업 대출에 대한 은행권 반응이 나쁘지 않은 만큼 향후 은행에서 자금을 끌어오는 대부업체 사례가 추가적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이를 통해 저신용자 대출이 확대되느냐다. 업계는 조달비용을 대폭 낮출 수 있게 된 만큼 저신용자 대출을 확대, 취약차주들이 불법 사채로 밀려나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2금융권(5~6%)에서의 자금조달 금리에 비해 은행권은 2~3%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대부중개수수료 인하, 온라인 대출 플랫폼을 활용한 대부상품 중개까지 이뤄지면 대부업계는 최고금리 인하로 인한 손실을 어느 정도 메울 수 있다. 대부업계의 숨통이 트이며 대출 취급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한편에선 대부업계의 신규대출 경색을 단기간에 풀기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우수 대부업자로 선정된 곳이 많지 않을 뿐더러 은행권과 거래를 터야 한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더구나 우수 대부업자들이 저신용자들을 얼마큼 포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우수 대부업자로 선정된 곳들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지만, 나머지 업체들의 경우 중·저신용자에 대출을 예전만큼 내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서민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12.6%였던 대부업계의 대출승인율은 2019년엔 11.8%, 지난해엔 10.8%까지 떨어졌다. 올해 최고금리가 20%로 인하된 이후 많은 업체는 대출 빗장을 더욱 굳게 걸어 잠그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수 대부업자들이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릴 수 있게 된 것은 고무적이나, 워낙 대형 업체만 선정됐을 뿐더러 이런 인센티브가 저신용자 대출 확대로 이어질지는 지켜 봐야 한다"면서 "당국에서도 대부업체가 낮은 금리로 조달한 자금을 서민금융에 제대로 쓰는지 등을 모니터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 역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